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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으로 빠져드는 동유럽 경제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날로 늘어나는 대외 부채와 무역수지 적자, 통화 가치 폭락으로 일부 나라의 경우 빚을 갚을 수 없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문제는 동유럽의 금융 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동유럽의 경제 성장세가 한 때 상당했는데, 최근 들어 위기설이 계속 나오고 있네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답: 국가부도 사태가 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제의 진원지는 역시 금융시장입니다. 주식시장이 몇 달 만에 수 십 퍼센트 폭락했고, 통화 가치도 올 들어 20% 가까이 곤두박질쳤습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채권 스프레드, 즉 가산금리도 치솟고 있고 국제신용기관이 부여하는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일부 나라의 경우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 선언이 임박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문: 디폴트가 선언되면 국가부도 상황과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디폴트는 말 그대로 돈을 빌린 나라가 약속한 기간 안에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채권국은 이자 지불이나 원금 상환 능력을 판단해 디폴트 선언을 하고 채무국이 다른 곳에 예금한 돈 등을 회수하게 되는데요. 국가로서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한 것을 의미합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들이 특히 심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까?

답: 동유럽에 걸쳐있는 옛 공산권 나라 대부분이 크고 작은 경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라는 헝가리와 발트해 연안에 있는 라트비아인데요. 헝가리는 부채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다 화폐 가치가 올 들어 3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국내총생산마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구요. 또 라트비아는 견실하지 못한 금융체제와 과도한 지출로 부채에 시달리는 소비자들 때문에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위기의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를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체코와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들도 이 두 나라의 전철을 밝고 있습니다.

문: 동유럽 지역의 이런 경제 위기 원인.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습니까?

답: 신용시장의 거품과 거대한 민간 외환 차입이 위기를 주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기반이 약화되자 예금주들과 투자가들이 서둘러 자금을 빼 달러나 유로화를 사들이면서 환율이 폭락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은행과 정부 모두 자금 조달 능력을 상실한 것이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동유럽의 금융 위기가 1997년의 아시아 금융 위기, 2000년 아르헨티나를 수렁에 빠트린 경제 위기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와 달리 지금은 전세계가 모두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죠.

문: 그런데 동유럽의 금융 위기가 유럽연합(EU)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유가 뭔가요?

답: 한 쪽은 돈을 빌린 채무자, 다른 한 쪽은 돈을 빌려준 채권자이기 때문에 서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유로존, 즉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각국의 은행들이 동유럽에 대출해 준 자금은 1조 5천억 달러, 동유럽 국가들이 조만간 갚아야 할 돈은 2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동유럽 경제가 무너지면 그 파편을 고스란히 서부 유럽이 떠안게 된다는 얘기죠. 또 미래 동서 간 시장통합을 이루겠다는 유럽연합의 꿈도 시장 붕괴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문: 그럼 유럽연합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자국 시장마저 불안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길 꺼려하고 있습니다. 자금 상황도 사실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나라들이 대형 금융기관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유로존 즉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에 한해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유럽에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EU회원국과 비회원국이 얽혀 있어 관계가 복잡합니다. '블룸버그 통신' 은 유럽연합 통화 담당 관리의 말을 인용해 유럽연합이 당장 비회원국을 도울 여력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중간금융 지원기금과 EU 지역구호기금, 유럽부흥개발은행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회원국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은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답: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촌음을 다투며 경기부양안을 이끌어 냈듯이 조속한 지원 여부가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U와 국제사회가 논쟁보다 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세계은행의 로버트 죌릭 총재는 18일 20년 만에 다시 유럽이 갈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EU의 구제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 지금까지 동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과 그 배경을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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