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국은 지금]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미국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에, 미국이 이제 사회주의 국가가 됐다는 기사가 실렸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뉴스위크’지의 존 미쳠 씨와 에반 토마스 기자는 ‘뉴스위크’지 최신호에서, ‘We are all socialist now’, 즉, ‘이제 우리는 모두 사회주의자다’라는 글을 실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 미국이라는 나라는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본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미국이 자본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인 사회주의 국가가 됐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답) 물론 미국이 북한과 같이, 국가가 모든 부분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사회주의 국가가 됐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미국이 유럽에 있는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들과 비슷해졌다는 그런 얘기죠?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미국은 현재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나 지난 해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파산위기에 놓인 금융기관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자금지원을 했고요, 또 이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 들어가는 경기부양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망해가는 금융기관들을 실질적으로 국유화하고, 또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거죠?

(문) 한국이나, 유럽 나라들에서는 보통 경기가 어려우면, 정부가 돈을 풀어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정책들이 사회주의적이라고 하면서, 볼멘 소리를 한다니, 의외군요?

(답) 그것이 바로 미국 사회의 특징입니다. 유럽은 역사적으로 보면, 이 사회주의의 뿌리가 깊어서, 좌파 정당들이 큰 힘을 쓰지요? 유럽에서는 좌파 정당들이 장기 집권을 하는 경우가 많고요, 따라서 각종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들도 사회주의적인 색채를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주의적인 색채라 하면, 중요 산업을 국유화한다거나,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또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하는 정책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죠?

(문) 반면에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이렇게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경계하는 전통이 강하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공산주의, 특히 사회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합니다. 물론, 20세기초, 대공황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social security’, 즉 사회복지제도 같은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보수파를 중심으로 해서는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의 권한이 커지는 것을 사회주의적이다라고 하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강합니다.

(문) 그렇다면, 이렇게,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사회주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생겨도 국가가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건가요?

(답) 네, 시장원리에 맡겨서 그대로 두자는 사람들부터, 정부가 개입은 하되, 그 범위를 최소화자는 생각까지, 그 의견이 정말 천차만별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가 민간 경제부분에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것을 우려하는 입장은 모두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BRIDGE

(문) 그런데 김정우 기자, ‘뉴스위크’지에서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됐다는 기사를 쓴 두 기자가 푸념을 할만한 현상이 실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정부 예산이 GDP라고 부르는 국내총생산에서 얼마큼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항목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GDP라고 하면,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되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총 액수를 말하죠? 이 GDP를 보면, 한 국가의 경제규모가 얼마나 되는가를 알 수 있는데요, 사회주의 나라들에서는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고, 복지에 많은 돈을 쓰기 때문에, 이 GDP에서 정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10년 전에 사회주의 정당이 힘이 강한 유럽 같은 경우는 이 비율이 48.2%였던 반면에 미국은 이 비율이 34.4%로 14%나 차이가 났었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오는 2010년 같은 경우는 미국의 예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9%로 늘고요, 유럽 나라들 같은 경우는 이 비율이 47.1%가 될 것으로 예상돼, 격차가 8%로 줄어 들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거나, 복지를 늘리기 위해서 돈 씀씀이를 늘리다는 말입니다.

(문) 하지만, 이렇게, GDP에서 정부 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미국이란 사회가 유럽의 프랑스와 같은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은연중에, 지금 상황이 너무 급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지, 모든 상황이 안정되면,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답) 물론,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개인의 자율성과, 세금에 대한 거부감이 큰 미국 사회가, 완전히 사회주의로 돌변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지난 20세기 초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할 때,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에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많은 변화를 겪었듯이,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소위 ‘큰 정부’ 정책도 앞으로 미국 사회에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현재 빚더미에 올라있는 기업이나, 저축해 놓은 돈도 없이 집 대출금 갚기에 허덕이는 미국인들은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까지 미국 경제의 번영을 주도했던, 이들 기업이나 개인들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진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세금으로 모은 돈과 민간 부문에 대한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큰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 그야말로, 순수한 미국식 자본주의가 서서히 종말을 고할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는 그런 때 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