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교황청, 유대인 대학살 부인 주교에 발언 철회 지시


로마 교황청이 최근 지난 1980년대에 파문됐던 한 영국 출신 주교를 복권시킨 후, 독일과 이스라엘 등에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복권된 주교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교황청은 문제가 된 주교에게 발언을 철회하도록 지시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독일과 이스라엘 등에서 리처드 윌리엄슨 주교에 대한 교황청의 복권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윌리엄슨 주교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윌리엄슨 주교에 대한 로마 교황청의 복권 결정은 지난 달 24일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윌리엄슨 주교는 앞선 지난 해 11월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집단수용소에서 사망한 유대인은 6백만 명이 아니라 20만 명에서 30만 명에 불과하다고 발언했고요. 또 가스실에서 죽은 유대인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인터뷰 내용이 복권을 며칠 앞두고 독일에서 방영되면서 반대여론이 일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교황청이 예정대로 윌리엄슨 주교의 복권을 허가하자, 파장이 더욱 커진 것입니다.

문: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는 특히 이스라엘과 독일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 아닙니까?

답: 이스라엘의 유대교 지도자들이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요. 유대교 지도자들은 다음 달 2일부터 로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유대교 모임을 취소하고, 교황청과의 공식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오는 5월로 예정됐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스라엘 방문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상당히 강력한 입장이군요?

답: 유대교 사회에서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사안도 사안이지만, 복권 하루 전인 지난 23일 미국에 본부를 둔 유대교 단체가 교황청에 항의 서한을 보냈음에도, 교황청이 윌리엄슨 주교의 복권을 그대로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교황청 관계자는 시차 때문에 복권 발표 전에 담당 성직자들이 서한 내용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문: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고향인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서서 교황청의 해명을 요구했다지요?

답: 독일도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일부 부인한 윌리엄슨 주교의 발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라고도 하는 나치 대학살 사건을 부인하는 것이 범죄로 취급됩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교황청의 결정으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게 허용된다는 인상을 남긴다면 이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문: 교황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긴급히 진화에 나섰는데요. 교황청은 복권 결정이 내려지고 또 발표될 때까지 윌리엄슨 주교의 나치 학살 발언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고요. 그래서 지난 4일 공식성명을 통해, 윌리엄슨 주교가 발언을 철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또 윌리엄슨 주교가 공개적인 방식으로 기존의 주장과 선을 긋기 전까지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주교로서 직능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윌리엄슨 주교는 앞서 교황청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후회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아직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문: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리처든 윌리엄슨 주교 본인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데요.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20년 전에 파문을 당했다가 이번에 복권 조치되지 않았습니까? 과거에도 나치 학살 관련 발언으로 파문됐었나요?

답: 그렇지는 않습니다. 로마 가톨릭 내에는 교황청의 현대화 쇄신 움직임에 반대하는 소수의 전통주의 그룹이 있는데요. 원래 영국 성공회 신자였던 윌리엄슨 주교도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한 후 이런 그룹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1988년에 당시 윌리엄슨 주교를 포함한 4명의 신부가, 로마 교황청의 승인 없이 주교 서품을 받으면서 자동으로 파문 조치 된 것입니다. 이후 최근 로마 교황청에서 가톨릭 교회 내 화합을 추진하면서, 복권이 추진된 것이죠.

문: 그렇군요. 김근삼 기자와 함께 로마 교황청이 유대인 학살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주교를 복권시켜 논란을 빚고 있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