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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절반, 국제사회 대북식량 지원 금시초문’


국제사회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탈북자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한국 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인데요, 조사에서는 또 젊고 학력이 높은 탈북자일수록 새 보금자리로 미국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민간 연구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3백 명을 대상으로 지난 해 11월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5일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원 코러스 하우스에서 이 설문조사의 중간 분석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탈북자들은 대부분 30살 이상 연령층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고, 식량난이 심한 함경도 출신이 가장 많았습니다.

학력과 직업 별로는 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노동자가 가장 많았고, 정치나 종교보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북한을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출신성분 가운데 동요계층이 탈북자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핵심계층과 적대계층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탈북자들의 3분의 1은 가족 가운데 굶어 죽은 사람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시작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알고 있는 탈북자가 절반이 안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알고 있는 탈북자들은 거의 대부분 이들 식량이 북한 군이나 당, 정부 관료들에게 간 것으로 믿는다고 응답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탈북자들의 절반 정도가 보위부나 안전부에 붙잡혀 투옥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재판 절차 없이 집결소, 노동단련소, 교화소 등으로 끌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옥된 뒤에는 밥을 안 주는 벌이 가장 많았고, 공개처형이나 고문과 구타로 목숨을 잃은 사람을 목격했다는 탈북자도 절반이나 됐습니다. 뱃속의 아기를 없애거나 갓난 아기를 죽이는 것을 직접 봤다는 사람도 일부 있었습니다.

탈북자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한국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하지만 젊고 학력이 높을수록 미국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중국 당국이 탈북자를 색출해서 강제북송하는 정책을 버린다면 중국도 새 보금자리로 괜찮다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놀란드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탈북자 색출과 국경 경비를 더 강화하고 있어, 북한주민들이 중국으로 탈출할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이 더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에 동남아시아와 인접한 중국 변경 지역에서는 지방 관리들이 골치 아픈 탈북자들을 떠나 보내고 싶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하다고 놀란드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책 제안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유엔과 국제적십자가 정치범 수용소를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인권 논의가 그동안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북한주민들을 밖으로 빼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라고 놀란드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국제난민협약을 준수해서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이 탈북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놀란드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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