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인터뷰] `내셔널 지오그래픽' 탈북자 문제 집중 조명


미국의 세계적인 월간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월호에서 탈북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잡지는 탈북자들이 중국 동북 지역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에 정착해 살아가는 과정을 총 26쪽에 걸쳐 지도와 사진을 곁들여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인신매매된 여성 2명과 신학 공부를 꿈꾸는 남성 1명 등 탈북자 3명의 탈출을 밀착취재하며, 이들이 북한에서 각각 겪었던 어려운 삶을 통해 북한 내 열악한 인권 상황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앞에 계속 도전의 과정들이 남아 있지만 과거 중국에서 봤던 두려움의 눈빛은 더 이상 없었다며, 자유에 대해 감사하는 탈북자들의 미소를 후반부에서 잔잔하게 전했습니다. 지난 1888년 창간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현재 31개어로 발행돼 1천만 부 이상 팔리는 영향력이 큰 잡지입니다.

그럼 여기서 특집기사를 취재 작성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톰 오닐 선임기자로부터 취재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겠습니다. 오닐 기자는 이번 취재를 위해 한국인 부인 이소영 씨와 신혼부부로 가장해 중국에서 움직이는 등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오닐 기자를 인터뷰했습니다.

문: 어떤 계기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게 되셨습니까?

오닐: 오래 전에 국제위기감시그룹(ICG)의 탈북자 관련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그 때는 사실 탈북자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인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저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압적으로 송환하니까 숨고 도망치는 일반적 상황으로만 생각했죠. 하지만 1-2년 동안 계속 주시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관련자들을 접촉한 결과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취재 대상 요건에 부합하는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북- 중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북한에서 뇌물을 주고 도강하는 가난한 탈북자들의 이야기만 다뤄도 하나의 스토리가 나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길고 힘든 탈출의 여정, 그러니까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의 골든 트라이앵글을 지납니다. 결론적으로 놀라운 인권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확신을 하게 된 거죠. 탈북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할 기회를 주고, 사람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이 이야기가 중국과 미국, 한국, 일본 등 강대국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모든 요소들이 저희 잡지의 색깔과 맞았습니다.

문: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밀착 취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로 압니다.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오닐: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우리가 만난 탈북자들이 우리 때문에 적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매우 철저한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고, 자신들의 치부가 언론을 통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신혼여행객으로 가장해 들어가 탈북자들을 만났고 탈북자들의 호칭도 기사에 썼듯이 레드, 화이트, 블랙 등으로 불렀어요. 중국 공안으로부터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죠. 또 동남아로 가는 국경 지역에서 탈북자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도 난처했습니다. 앞에는 중국 군인들이 깔려있고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전 탈북자들에게 제 호텔로 들어와 기다리라고 했죠. 사실 기자로서 그런 행동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인도적 행동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끄러운 식당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는 중요한 내용을 수첩에 적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늘 기억력을 살려 차 안 등에서 기록하곤 했습니다.

문: 그 동안 세계 많은 곳에서 취재를 했는데, 이번 취재가 과거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오닐: 어떻게 해야 더 은밀히 취재할 수 있는가의 차이랄까요? 사실 이 전에 제가 다뤘던 많은 내용들은 나이지리아나 인도네시아 등 한 나라에 들어가 취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 취재는 국경을 넘는 일이었고 거기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죠. 하지만 전 스토리 전체를 취재 대상을 따라 확인하는 놀라운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런 체험은 사실 기자들이 늘 최고로 꿈꾸는 것입니다. 취재 대상의 성격을 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목격하고, 그들이 한 지역을 탈출해 다른 땅에 도착하고 여러 국경을 넘는 천신만고 끝에 자유의 땅에 도착하는 그 변화의 과정들을 직접 추적하는 것은 이번이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을 중국에서 본 지 8개월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났을 때 상당히 감동적이었죠. 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도 일조한 것 같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문: 탈북자 문제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높지만 다른 지역들의 상황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수단의 다르푸르, 티베트, 버마가 좋은 비교대상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오닐: 제 생각에는 북한의 핵 위협이 그런 관심을 가로막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 정부가 핵 문제를 훨씬 큰 사안으로 보고 그 것이 언론에 자주 다뤄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은둔의 나라란 점에서 탈북자 취재는 그런 어두운 부분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대상인데도 정말 관심이 적습니다. 그런 면에서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바라기는 한국인들이 좀 더 애정과 관심을 갖고 북한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50-60년 이상 분단이 돼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남북한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주민을 볼 때 수준차이가 난다는 우월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김정일을 너무 희화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가 얼마나 심각한 독재자인지 현실적으로 알리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문: 세계적으로 수 많은 독자를 보유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이렇게 탈북자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새삼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은데요. 미국 정부 등에서 기사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게 있습니까?

오닐: 아직 없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중국어판도 있는데 제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사입니다. 개인적으로 바라기는 미국 의회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정부들의 반응은 아직 적지만 개인 독자들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거운 것 같습니다. 이미 일부 독자가 제 기사에 소개된 탈북 남성 ‘블랙’ 씨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알려왔습니다. 블랙 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신학교에 가길 원했는데 지금은 북한의 가족에게 보낼 돈을 벌기 위해 꿈을 접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보다 개인 독자들에게 영향력이 더 크고 반응도 높습니다. 저희 잡지는 세계적으로 1천만부 이상이 팔리니까요. 어떤 파장이 있을지 또 정부들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탈북자들의 탈출행로를 밀착 취재해 소개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의 폴 오닐 선임기자로부터 취재에 대한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