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 전문가들, ‘북한, 군사도발 일으킬 가능성 커’


북한 조평통의 성명은 지난 17일 나온 북한군 총참모부 성명과 마찬가지로 대남 압박과 미국 새 정부를 향한 메시지, 그리고 북한 내부체제 결속 등 여러 가지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성명에 담긴 북한의 의도와 앞으로의 파장 등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30일 남북 간 정치 군사적 합의를 무효화할 것을 선언한 것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유도하고, 새로 출범한 미국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성명을 낸 조평통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한국 정부를 겨냥한 가장 높은 수위의 압박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말 12.1 조치에 이어 지난 17일 군부 성명 등을 잇따라 취했지만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할 뜻을 보이지 않자 한층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해 남측 인원의 군사분계선 차단을 취한 12.1 조치와 전면대결 진입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에서 의연한 대처를 하는 등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번엔 좀 더 강경하게 군사적 행동을 예고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려는 고난도 대남 압박용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까지 경제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했던 대남 압박을 정치 군사적 분야로 확대해 한국 정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합의라고 강조했던 ‘남북기본합의서’를 사실상 폐기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한국 정부와 전면 대립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 간 여러 합의서들 가운데 정치와 군사적 사항들이 가장 포괄적으로, 그리고 상세하게 들어있는 문서입니다.

통일연구원 박영호 국제관계연구실장은 “6.15나 10.4 선언이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한 내용들도 담고 있어 넓게 볼 경우 이번 성명에서 말한 ‘무효화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두 선언을 무효화시키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10.4 선언의 전문 내용을 보면 남북기본합의서의 많은 문구를 인용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북한은 6.15 선언은 김정일 위원장의 작품이고 10.4 선언은 이의 실천강령이라고 선전해왔는데 그걸 북한이 포기하겠습니까? 장군님의 작품을 손상시키는 것인데 무효화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또한 북한이 “지금까지 남조선 당국에 북남관계에 대한 입장을 바로 가지도록 시간도 줬고 알아들을 만큼 충고도 했다"고 주장한 대목은 무력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실제 한국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정부가 사실상 '영토개념'으로 보고있는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볼 때 서해상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한국 정부의 반응에 따라 군사적인 행동을 취할 것”으로 내다보고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거나 무력충돌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1, 2차 서해교전 때는 남북대화가 있었던 상황이어서 남북 간에 조율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이어서 심각한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에 긴장 수위를 높임으로써 새로 출범한 미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북미관계와 북 핵 문제 진전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의 대북,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관심의 표명을 좀 더 강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한반도 정책을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로 끌려 올리겠다는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는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김 위원장의 통치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번 성명에서 남북한 경제협력 조항은 무효대상에서 뺏지만 군사적인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협 사업도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등 각종 경협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