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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2008년 미 정계 로비자금 33억 달러에 달해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한 사회에서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정부나 의회 같은 정책 결정권자를 대상으로, 홍보나 설득 작업을 펼치는 것을 두고 ‘로비’라고 부릅니다. 또 이런 ‘로비’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로비스트’라고 부르는데요, 특히 미국은 이런 ‘로비스트’들의 천국이라 불릴만큼, 이 ‘로비’가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최근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이 ‘로비’ 활동에 천문학적인 돈이 쓰였다는 보도가 나왔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비영리 조사단체죠? CQ 머니라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연방의회와 연방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데 약 33억 달러, 한국 돈으로는 약 4조 5천억이 쓰였다고 합니다. 이 금액은 지난 2007년과 비교하면 조금 늘어난 액수고요, 4년 전과 비교해 보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액수라고 합니다.

(문) 4조 5천억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돈인데요. 경제가 어려워 돈이 없어서들 난리인데, 각 이익집단들이 이렇게 로비에 많은 돈을 쓴 이유는 뭔가요?

(답) 네, 2008년에는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많은 기업들이 쓰러질 위험에 처했죠? 이에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의 금융기관들과 자동차 회사들인데요, 실제로 미국 정부는 작년에 어려움에 처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고요, 현재는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막대한 규모의 돈이 들어가는 경기부양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이런 구제금융이나 경기부양안의 혜택을 입기 위한 로비 활동이 늘어난 거죠?

(문)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파산 위험에 처한 회사는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 로비를 하고, 또 어떤 회사나 단체들은 경기부양안이 실행되면, 곧 집행될 돈을 받기 위해서 로비를 했다는 것이군요.

(답) 물론 미국안에서 벌어지는 로비가 모두 다 이런 목적을 위한 것은 아니었겠습니다만, 로비금액이 많이 늘어난 것은 이런 이유, 즉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안과 관련된 로비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문) 작년에 로비를 하는 데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은 어디였나요?

(답) 바로 미국 상공회의소입니다. 이 단체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죠? 미국 상공회의소는 2008년에 로비자금으로 모두 6천 2백만 달러, 한국 돈으로는 8백 6십억 원 정도를 썼다고 합니다. 이 단체가 로비를 한 현안들은 노조설립 조건을 완화하는 것을 막는 문제서부터,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에 7천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까지 포함됐다고 하네요.

(문) 차가 팔리지 않고, 운영자금도 없어서,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했던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 즉 GM도 이 로비 활동에 많은 돈을 썼죠?

(답) 그렇습니다. 제네럴 모터스 사는 지난 해 10,11,12월에만 정부나 의회를 대상으로 한 로비 활동에 330만 달러를 썼습니다. 돈이 없어서 정부를 상대로 구제금융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런 도움을 요청하는데, 수백만 달러를 쓰는 게 정상이냐는 지적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 GM측은 정부로부터 빌린 돈으로 로비를 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이 로비 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영어의 Lobby, 로비라고 하면 호텔이나 극장 같은 곳에 휴게실이나 대기실로 쓰이는 큰 복도 아니면 의회에서 원외 인사와 만나는 회견실을 뜻하는데요? 이 같은 활동을 로비 활동이라고 부르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답)호텔 같은 곳을 들어가면, 현관을 지나서, 1층에 홀, 즉 큰 방이 나오는데요, 이런 곳을 로비라고 부르죠. 영국에서는 로비가 의회 안에서 손님이 머물거나, 휴게장소로 이용되는 방을 의미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정책 결정권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의 로비는, 원래 영국 의회에서 언론이나 이해단체 관계자들이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로비에서 기다렸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최초의 로비 활동은 어떤 것이었나요?

(답) 네, 역사가들은 19세기 초, 앤드류 잭슨 대통령 시절에 알렉산더 해밀턴이라는 사람이 주도한 필라델피아 전국산업진흥회가 지금의 FRB, 즉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해당하는 중앙은행의 설립을 정부에 청원했던 활동을 꼽고 있습니다.

(문) 미국에서 이 로비 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죠?

(답) 그렇습니다. 여러 좋지 않은 현상들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의회가 이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못하는 것은, 로비활동 자체가 미국의 수정헌법 제 1조에 있는 청원권의 하나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 청원권 조항이란 것이 뭐냐하면요, 불만사항의 시정을 의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니까, 바로 이 청원에 해당되는 로비 활동을 정부가 금지할 수는 없는 거죠.

(문) 예전에 미국 로비스트연합의 폴 밀러 전 회장이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이 로비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와 의회가 어떻게 돌아 가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한 바가 있었는데요? 이 말은 곧 의회가 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이를 시행하는 모든 단계마다, 이 로비활동이 개입하고 있다는 그런 말이겠죠? 그런데 이렇게 미국 정치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로비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죠?

(답) 네, 로비를 비판하는 로비스트가 정부나 의회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끼쳐, 사회 전체 이익보다는 특정 집단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이 로비활동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죠? 이들은 만일 로비활동이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행해 진다면, 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가두시위나 뇌물제공 그리고 이해집단간의 극한적인 대립 같은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08년 미국 연방의회에 등록된 로비스트의 수는 모두 14,453명입니다.

현재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 로비는 입법, 사법, 행정의 3권과 언론을 의미하는 4권에 이어, 제 5권으로 부를 정도로 그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고 또 로비회사들을 연방의회의 상원과 하원에 이어 제 3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말들은 그만큼 미국 정가에서 이 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케 해주는 말들인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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