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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하교회’ 존재 최초 인정


북한 정부가 공식 담화를 통해 북한 내 이른바 '지하교회'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해 주목됩니다. 북한은 그동안 지하교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또 당국의 박해를 무릅쓰고 몰래 기독교를 믿는 지하교회가 북한에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는데요, 지하교회란 무엇이고 북한 당국이 어떤 경위로 지하교회에 대해 언급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내 지하교회에 대한 북한 정부 당국의 공식적인 언급은 정권안보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의 담화에서 나왔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지난 해 12월 18일 담화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해치려는 반공화국 암해 책동을 적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보위부는 이어 자신들이 또다른 반체제 음모를 적발했다며, '종교의 탈을 쓰고 불순 적대분자들을 조직적으로 규합하려던 비밀 지하교회 결성 음모가 적발 분쇄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부가 담화 등 공식 발표를 통해 '지하교회'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김정일 정권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가 '지하교회'를 언급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국 중앙일보의 북한 전문가인 이영종 기자는 지적합니다.

북한 내 지하교회의 존재는 앞서 또다른 간첩 사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07년 9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 요원들과 이들의 사주를 받은 북한주민 첩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의 기독교단체인 '순교자의 소리'는 당시 `미국의 소리' 방송에 "보위부에 체포된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합법적으로 사진관 개업을 준비하며 북한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던 기독교인" 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또 체포된 사람들이 함경북도 온성군 출신의 허철, 장춘일, 진양수, 김명철, 강남석, 리영애와 회령 출신의 강상호, 청진 출신의 박미혜, 서석춘 등 남성 7명과 여성 2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현대사에 밝은 미국 뉴욕 소재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당시 체포된 사람들이 지난 1940년대 북한 당국의 종교 탄압을 피해 지하로 스며든 기독교인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암스트롱 교수에 따르면 평양은 과거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해방 이전 북한에는 2천6백 여개의 교회가 있었고, 이 중 평양에만 2백70 여개가 있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망한 김일성 주석이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부친인 김형직은 1911년 평양의 기독교 학교인 숭실중학교를 다녔습니다. 또 모친은 강반석은 평양 창덕학교 교장인 강돈욱 장로의 둘째 딸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강반석의 이름이 '반석'인 것도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베드로'라는 이름에서 연유한 것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이영종 기자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청년시절 중국 길림에서 감옥에 갇혔을 때 기독교 목사인 손정도의 도움으로 석방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김일성은 그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손정도 목사를 '친아버지처럼 따르고 존경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김일성 주석의 외가 친척인 강양욱은 기독교 목사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번성했던 북한의 기독교는 1940~50년대부터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종교는 아편'이라는 공산주의 교리에 따라 북한 당국이 교회를 폐쇄하고 기독교인들을 박해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정권이 종교를 탄압하자 많은 기독교인들이 6.25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국으로 남하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간 이들 기독교인들은 서울에서 영락교회와 충현교회 등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미처 피신하지 못한 신자들은 당국의 감시와 탄압을 피해 몰래 기독교를 믿는 이른바 '지하교회 신자'가 됐습니다.

북한 내 기독교 지하교회와 신자의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982년부터 6년 간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김용화 씨는 북한에 있을 때 시, 군별로 1년에 한 두 건 정도의 기독교 관련 사건이 적발됐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지하교회가 고대 로마 시대의 '지하교회'를 연상시킨다고 말합니다. 2천년 전 로마제국의 독재자였던 네로 황제는 기독교인들을 사자 우리에 던지는 등 끔찍한 탄압을 가했는데 그와 똑 같은 현상이 오늘날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헌법 68조에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정부는 대외적으로 평양에 교회와 성당이 있으며, 기독교 신자가 1만2천 명이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사무총장은 북한 당국이 말하는 교회는 진짜 교회가 아니라 '어용교회'에 불과하다며, 북한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척 다운스 사무총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하루속히 북한 주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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