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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 부시 행정부 8년 대북 인권정책


조지 부시 대통령이 오는 20일 미국 제43대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납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월요일부터 부시 행정부 8년의 대북정책을 돌아보는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지난 8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을 김영권 기자와 함께 되돌아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부시 대통령은 아마도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한 대통령이 아닐까 싶은데요.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 8년의 대북 인권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답: 제가 미국 내 북한 인권 전문가 5명에게 간단히 성적표를 내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요. 전문가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평균 C 정도로 비교적 낮게 평가했습니다.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사무총장은 특히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의도와 이행 정도를 구분해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운스 총장은 의도(Intention) 면에서는 A 학점을, 그러나 이행 정도 (Implementation) 에서는 C-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에 세심한 관심을 갖고 탈북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는 등 진정성을 보여준 것은 높이 사야 하지만 그런 의도를 실질적인 정책으로 펼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는 것입니다. 디펜스 포럼의 수전 숄티 회장은 ‘Incomplete,’ 그러니까 아직 뜻했던 임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적을 매길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숄티 회장은 임기 후 왕성한 인도주의 활동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부시 대통령이 퇴임 후 인권에 대한 자신의 믿음에 대해 뭔가를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부시 행정부가 지난 8년 동안 펼친 대북 인권정책 내용을 하나하나씩 자세히 살펴볼까요?

답: 조지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지구촌의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스스로 거듭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부시 대통령은 기독교의 자유와 박애 정신을 강조했는데요. 특히 지난 2004년 옛 소련 출신의 유대인 반체제인사인 나탄 샤론스키의 책 ‘민주주의를 말한다’ 를 읽고 감동을 받은 뒤 자유 민주주의 확산을 통한 안보와 평화, 인권을 중요한 화두로 삼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관련 연설과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주민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지원할 것”, “북한주민들과 자유의 축복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 “주민을 굶주리게 하면서 미사일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일삼는 북한 지도자를 용납할 수 없다” 고 언급하는 등 북한주민들의 자유와 권리 회복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문: 그런 의지의 일환으로 탈북자를 직접 백악관으로 초청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2005년 6월 북한 15호 요덕관리소 출신 탈북자 강철환 씨를 백악관으로 직접 초청해 40분 이상 면담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강 씨의 자서전적 수기인 ‘평양의 어항’을 읽은 뒤 감동을 받고 강 씨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어 2006년에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와 중국 내 외국공관 진입 도중 공안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진으로 전세계의 시선을 끌었던 탈북자 한미 양 가족 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면담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여성 조진혜 씨를 만난 데 이어 대북 삐라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뉴욕에서 만났습니다.

문: 시간을 따로 내서 탈북자들을 만나고, 특히 지난 해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을 보면 나름대로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 같은데요.

답: 전문가들도 그런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 북한 인권법을 통해서 탈북 난민을 잠정적인 한국 시민이라기 보다는 난민으로 봐서 미국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 식량 지원 재개라든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환기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죠.”
케이 석 연구원은 그러면서 비난은 많았는데 뭔가 구체적인 전략과 대화를 통한 인권 개선 이행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여러 국제회의와 북한인권 특사의 활동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환기시킨 점 등은 부시 대통령의 공로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반면에 앞서 언급했듯이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답: 의도와 진정성이 아무리 좋아도 결론적으로 그런 의지를 어떻게 이행했고,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가 중요한 데 그런 면에서 성과가 매우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인권 전문가인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의 구재회 교수는 부시 행정부의 인권정책 전환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합니다.

2005년부터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의 북한 담당 국장을 맡아 세 차례 북한인권 국제회의를 개최했던 구 교수는 부시 행정부 1기 때는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2기 행정부 들어 갑자기 돌변했다며, 결론적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북한 뿐만은 아닌데요.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잭슨 디엘은 2007년 8월 논설에서 부시 대통령의 인권정책에 우려를 나타내며 여러 문제들을 제기했습니다. 디엘은 2007년 6월 부시 대통령이 체코 방문 중 국제 반체제 인사들을 만나 언급한 내용을 예로 들었는데요. 부시 대통령은 당시 자유를 구속하는 나라에 주재하는 모든 미국 대사들이 인권을 요구하는 국내 인사와 민주주의 운동가들을 면담토록 국무부에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디엘 씨는 이를 두고 인권을 지지하는 부시 대통령의 수사와 현실적인 정치적 접근을 중시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사이에 초점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요. 대북 인권정책도 마찬가지라고 디엘 씨는 지적했습니다.

문: 그러니까 대북정책에서도 북 핵 문제를 우선시하는 라이스 장관 등의 설득으로 인권 문제가 뒤로 밀렸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예를 들고 있는데요. 부시 행정부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도출되자 북한인권법이 명시한 북한인권 특사 지명을 조용하게 발표했고, 이후 특사의 발언과 역할을 제한했습니다. 미국 의회는 지난 해 11월에 발표한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에서 부시 행정부가2007년 북 핵 2.13 합의 이후 대북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전혀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2.13 합의 이전에는 북한 인권과 다른 사안에 진전이 없으면 미-북 간 외교 정상화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2.13 합의에는 그런 조건 없이 관계정상화를 위한 양자 대화를 시작한다고 명시했다는 것입니다.

문: 결국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얘기인데요. 이들 인사들의 논리는 무엇입니까?

답: 첫째는 외교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입니다. 북한인권법 등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 북한 내부의 불안정을 야기해 이웃한 한국, 중국과의 관계마저 불안해져 결국 핵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또 탈북자 보호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북한인권법을 적극 집행하면 오히려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북한과 중국 당국의 탈북자 단속이 강화되고 탈북자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길 원하는 동남아시아 나라들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와 국가안보 우선시정책, 그리고 임기 중 뚜렷한 족적을 남기려는 의도에서 부시 대통령이 ‘선 핵 협상, 후 인권정책’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지배적인데요. 일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인류보편적 차원에서 일관되게 다뤄야 할 인권 문제를 정치적 잣대로 좌지우지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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