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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정부, 대북지원 감귤 사업에 제동


한국 정부가 분배 투명성 문제 등을 이유로 제주도가 요청한 대북 감귤 지원 사업의 물자수송비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11년 간 이어져 온 제주도의 대북 감귤 지원 사업이 중단될 상황에 처했는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남북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제주도가 북한에 감귤 등을 지원하기 위해 물자수송비로 신청한 20억4천만 원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남북 교류협력추진협의회는 통일부 장관 주재로 각 부처 차관급 공무원들이 참가해 남북협력기금 등 남북교류 안건을 심의 또는 의결하는 기구입니다.

제주도는 이달 안에 감귤과 당근 1만t을 북한에 보내기로 하고 지난달 말 정부에 남북협력기금을 신청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관계 부처들이 협의한 결과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금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분배 투명성과 관련해 북측과의 협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문제가 된 분배 투명성과 관련해 "기금 지원 사업의 경우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전달되는지가 중요한데 이번 감귤 지원 사업에선 구체적인 분배 확인 절차가 담겨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기금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선 국민 세금이므로 일반적인 대북 반출 물자보다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남북한 간에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명문화된 근거나 합의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얼마를 지원하고 어떤 식으로 확인한다는 식의 남북한 사업자 간의 합의서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와 함께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남북협력제주도민 운동본부의 고성준 사무총장은 "인도주의 사업의 성격상 지금까지 감귤이 남포 항에 도착한 뒤 평양의 고아원 한두 곳만 방문하는 등 현장 확인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갑자기 투명성 기준을 높이려니 북측과 협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쌀처럼 현장 분배 활동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인도주의적인 사업들 모두 새 정부 들어 분배 확인을 중요하게 (요구했었고) 북측 민화협 역시 이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29일 통일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이번에 대북 감귤 수송비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경제위기 속에서 대북 지원에 반감을 갖는 국민들이 많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1년 간 계속돼 온 제주도의 대북 감귤·지원 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제주도는 1998년 이후 민관 합동으로 해마다 1만t 가량의 감귤과 당근을 북한에 보내 왔고, 한국 정부도 2001년부터 매년 남북협력기금으로 수송비를 지원해왔습니다.

고성준 사무총장은 "귤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과일이라기보다는 유일한 비타민씨 영양제이자 때로는 감기약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안타깝다"며 "운동본부는 규모를 줄여서라도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귤 1천t은 약 8백만 개로, 4백만 명이 넘는 북한 어린이 1명 당 2개씩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그러나 "인도적 사업이기 이전에 대북 사업인 만큼 중앙 정부의 입장을 아무래도 고려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도민의 의견수렴을 거쳐 늦어도 다음 주 중 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현재 정부에서 하는 대북 사업 방침을 지방정부가 혼자 해 나갈 수는 없으므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여러 군데 의견도 구하고 농협이나 제주도민들에게도 설명하는 등 의견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올해 남북관계 경색으로 1999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에 식량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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