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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 김정일 건강 이상설과 파장


2008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열흘 후면 어느덧 새해를 맞게 되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08년 한 해 주요 북한 관련 뉴스를 정리하는 연말특집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여덟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연말특집,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최원기 기자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그에 따른 파장을 살펴봅니다.

문) 최원기 기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최초로 보도된 게 언제였습니까?

답)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지난 9월9일 한국의 '조선일보'가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이 8월22일 쓰러졌다는 첩보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 보도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보도 자체가 '미확인 첩보'에 근거하고 있는데다, 과거에도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이 나돌다가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은 그 다음 날인 9.9절을 기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문) 저도 기억이 나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9.9절 행사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이 본격 제기됐죠?

답)올해는 북한의 정권 창건 6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과거 9.9절 행사에 10여 차례나 참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관측통들은 김 위원장이 9.9절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김 위원장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진 것 같다'는 '건강 이상설'이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문)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은 그 다음 날인가요, 한국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으로 공식화 되지 않았나요?

답)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그야말로 하나의 '관측'또는 '가능성'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김성호 원장은 9월 10일 국회에 출석해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이나 뇌일혈로 보이는 순환기 계통 질환으로 최근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성호 원장은 또 "김 위원장이 언어에 장애가 없고 국가 통제력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보기관의 최고 책임자의 이 발언을 계기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사실상 공식화됐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 전세계의 신문과 방송은 이 발언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보도된 내용을 들어보시죠.

문)북한 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습니까?

답)북한 당국은 한국과 일본 등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 같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이를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9.9절 다음 날인 10일 평양에서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기자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묻자,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 정상화 담당 대사는 이 통신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해외 언론들의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한 보도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모략극'이자 `엉터리'라고 몰아부쳤습니다.

문)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답)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정부와 민간, 이렇게 둘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체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무부의 션 맥코맥 대변인은 김정일 건강 이상설을 묻는 질문에 "아는 바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한국,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을 간간히 보도하며 나름대로 관심을 보였습니다.

미 국무부의 션 맥코맥 대변인은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 이상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자신은 이 문제 대해 논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문) 김정일 위원장은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답)김정일 위원장은 8월 중순 종적을 감춘 이래 노동당 창건 63주년 기념일인 10월10일에도 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위원장은 평소 한 달에 2-3회씩 지방을 다니며 현지 지도를 해왔는데요, 현지 지도 소식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중병을 앓거나 반신불수가 됐을 수도 있으며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나 군부가 김 위원장을 대신해 북한을 통치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이항구 씨의 말입니다.

문) 김정일 위원장이 다시 등장한 것은 언제입니까?

답) 김 위원장의 동정이 보도된 것은 지난 10월4일입니다. 당시 북한 언론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대학의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김 위원장이 종적을 감춘 지 51일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과 서방 측 관계자들은 이 보도에 크게 신빙성을 두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건재를 입증하는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 그렇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이 공개된 것은 언제입니까?

답) 10월 11일이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날 김정일 위원장이 군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10여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사진 속의 김 위원장은 평소 입는 갈색 잠바 차림에 색안경을 쓴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공개되자 한국과 서방에서는 이 사진이 전에 찍은 것이거나 조작된 것 같다는 관측이 일었습니다. 왜냐하면 10월 중순이면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때인데요.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의 나무와 삼림은 아주 짙은 초록색이었기 때문입니다.

문) 한마디로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기 위해 사진을 공개했는데,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결과가 됐다는 얘기인데요.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어떤 편입니까?

답)김정일 위원장은 최근 건강을 상당히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황해북도 사리원을 방문한 데 이어 16일 자강도 강계를 방문했는데요. 이는 그동안 평양에 주로 머물러 있던 김 위원장이 열차로 10시간이나 걸리는 강계를 방문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국민대 교수는 밝혔습니다.

문)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은 한 개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북한체제의 취약성을 새삼 일깨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그의 건강이 북한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됐음을 의미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내년이면 67살이 됩니다. 노년에 접어드는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지금부터라도 후계체제를 준비하고, 경제발전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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