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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한, 김정일 테러 시도’ 주장


남북관계가 극도로 냉각돼 있는 가운데 북한 정부가 1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테러 모의를 적발했다고 발표하면서 남한 정보당국을 비난하고 나서 주목됩니다. 남한 정부는 이에 대해 즉각 북한 측이 발표한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측의 이례적인 이번 발표는 앞으로 남북관계에 또 한 차례 파장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18일 국가안전보위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해치라는 임무를 받고 활동하던 북한주민을 체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 대변인은 "체포된 주민은 올해 초 국경을 넘어갔다가 남한 정보기관에 포섭됐으며 남한 정보기관은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 노정과 시기 등을 수집하도록 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또 "남한 정보기관이 나중에는 김 위원장을 추적하기 위해 음향 추적장치와 극독약까지 들여보냈다"고 보위부 대변인은 주장했습니다.

"얼마 전 적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우리 수뇌부의 안전을 해치라는 지령을 받고 책동하던 리 모라는 자가 적발 체포되었다. 우리 혁명의 수뇌부를 노리는 자에 대해서는 이 세상을 끝까지 다 뒤져서라도 반드시 잡아내고 무자비한 철추를 내리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고 사명이다."

보위부 대변인은 이어 "최근 북한의 핵 관련 정보를 탐지하려고 주요 군수공업지대에 흙과 물, 나뭇잎 등을 채집할 임무를 받고 책동하던 첩자들도 일망타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한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는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밝힌 담화 내용은 국정원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북한이 발표한 담화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남한 정보기관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성용 대표는 "북한 보위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선 파악과 테러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발표한 북한주민 '리 모'씨와 남한 정보기관원 '황 모' 씨 모두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리 씨의 경우 평안북도 신의주 보위부 소속이고 황 씨는 조선족 중국인"이라며 "납북자 구출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정보수집 활동을 하다가 1년 전 또는 그 이전에 보위부에 구속됐다면서, 이 사건은 이미 올해 초 마무리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씨는 북한 보위부 소속으로 소위 말해 북한주민입니다. 황 씨는 중국 조선족입니다. 제가 있는 납북자가족모임 활동을 도와주던 사람들로, 납북자 생사 확인하고 구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북한이 모두 만들어낸 것으로 한국 정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국영방송을 통해 남한 정부의 대북 첩자 사건을 공개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년 간 북한의 보위부가 직접 나서 남한 정보기관의 대북 간첩 활동을 비난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며, 최근의 남북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배 박사는 "이번 담화는 12.1조치에 이어 개성공단 시찰 등 최근 보이고 있는 대남 압박정책의 연장선"이라며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데 대한 책임을 남한 정부에 떠넘기려는 조치로 보여진다"고 분석했습니다.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은 북측이 내놓은 12.1조치가 아니라 북한의 신성한 체제를 건드린 남측에 있다는 것이죠. 북한주민과 남측 정부를 대상으로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이 이명박 정부에 있다는 선전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 서주석 박사는 "이번 담화는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이번 담화가 앞으로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이번 담화가 최근 김영철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실 국장이 개성공단을 전격적으로 다녀간 것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양 교수는 "최근의 잇따른 북측의 행동은 추가적인 대남 강경 조치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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