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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차관보, ‘북한, 다음 행정부와 합의 더욱 어려울 것’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어제 워싱턴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지난 4년 가까이 북한과 협상하면서 겪은 소회를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지난 주 베이징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검증의정서를 채택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에 출범하는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더 좋은 합의를 이루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6일, 지난 주 베이징에서 열린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검증의정서가 채택되지 못한 것은 북한이 이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 오찬 연설에서 "미국과 북한이 평양에서 작성한 검증 관련 토의록 (discussion paper)과 구두 양해사항들을 검증의정서로 채택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한번도 반대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 채택하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에 대해 "북한이 미국의 차기 정권 출범을 기다리는 것인지, 불능화와 중유 지원이 완료된 이후 비핵화 3단계에서 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다음 정권과 지금보다 더 좋은 합의를 이룬다면 솔직히 놀랄 것"이라며 그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어 "미국의 정치체계는 북한과는 다르며, 북한인들이 그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4년 가까이 6자회담과 직접대화 등을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진력해 온 힐 차관보는 이날 연설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서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북한인들과는 일정 수준의 신뢰를 쌓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 측 협상 상대들은 보는 시각이 다르고, 미묘한 합의를 이룬 뒤에도 달리 해석하며 오판하기도 한다"면서 "따라서 한 발짝 물러서서 진행 과정을 파악하며 과연 진전을 이루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6자 회담을 통해 북 핵 문제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북한이 단 1 그램의 플루토늄도 생산하지 않은 것은 6자회담의 성과라는 것입니다. 힐 차관보는 또 북한의 "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방지하고 핵 시설들을 불능화한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앞으로 남은 과제는 북한이 이미 약속한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검증의정서를 통해 우선 북한이 신고서에 명시한 사항을 검증해야 한다"며 " 만일 플루토늄을 30 킬로그램 생산했다고 한다면, 실제 생산된 양은 40 킬로그램이나 50 킬로그램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검증의정서를 통해 우라늄 농축 시설 존재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 같은 검증 과정을 통해 북한이 이미 생산한 30 킬로그램의 플루토늄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뒤에는 이 것 역시 포기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핵 계획을 포기하면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을 인정해 양자 간 지원 프로그램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또 북한이 세계은행과 같은 여러 국제기구에도 가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킬 것이라고 힐 차관보는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차기 정권인수 팀과 지금까지의 북 핵 협상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앞으로도 6자회담 체제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차기 행정부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대해서는 "누구와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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