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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지식인들 ‘북한, 통미봉남 강화할 듯’


북한의 육로 통행 제한 조치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된 가운데 오늘 서울에서는 지식인 출신 탈북자들이 모여 바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을 전망해보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지도급 위치에서 북한체제를 경험했던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북한이 대남정책을 더 강경하게 펼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직 출신 탈북자들의 모임인 `NK 지식인 연대'가 5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오바마 미 행정부 등장과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미국의 새 정부 출범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NK지식인 연대에는 북한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교수나 기자, 당 간부 등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탈북자 1백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한 자강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탈북한 문성휘 씨는 "클린턴 정부와 성향이 비슷한 오바마 정부가 집권하면 북한은 2002년에 요구했던 '선 불가침 조약, 후 핵 폐기'를 다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게 되면 일본 등 주변국가와의 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남한과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몰고 가고 핵무기 폐기 협상과 관련해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서 남한과 'NLL충돌'과 같은 무력충돌 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남한은 경제적 외교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최근 북한이 한국 정부에 취한 강경 조치와 관련해 문 씨는 "이 같은 조치의 이면에는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국가의 지원을 받아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고 봤습니다.

문 씨는 "특히 지난 10월 이뤄진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조치는 북한 당국의 대외관계를 개선하는 데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며 "평양이 개성공단을 압박하는 것도 이 같은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 NK기자로 일하고 있는 문 씨는 아울러 "북한의 소식통들로부터 신의주 경제특구가 다시 추진될지 모른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북한이 개성공단의 대안으로 신의주 특구 개발에 다시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문성휘 씨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달라질 미-북 관계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해 북한의 국경지대에 남한 기업들을 진출시켜 대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장철현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최근 12.1 조치를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면서 남남 갈등을 유도해 한국에서 보수정당이 또 다시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라는 국가는 시장국가가 아닌 이념국가입니다. 국가발전을 위한 '최대'보다는 체제 유지를 위한 '최소'가 더 중요하다고 보므로 북한 정권은 이번 한국 정부를 이용해 다음 번 보수정부 재집권을 무조건 막으려고 할 것으로 봅니다. 때문에 남북 평화관리 책임을 이번 정권에 떠넘기는 등 대북 정책을 이슈화 시켜 포용정책에 유리한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대남방송 기구에서 작가로 활동하다 탈북한 장 연구원은 또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는 것은 경제난을 해소하고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국 끌어안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북한 내부에선 '햇볕정책의 역이용' 전략이라고 불렀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참석자들도 있었습니다.

조선은하무역 해외지사장으로 근무했던 탈북자 김태산 씨는 "내년 상반기 중에 식량난이 더 악화돼 체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북한은 한국 정부와 쌀 혹은 비료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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