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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 인권유린 문제 심각


지난 2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근절의 날'이었습니다. 유엔은 이날 기념식을 갖고 아직도 지구촌의 많은 여성들이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을 비롯해 인권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북한 여성들이 겪는 인권유린 문제 역시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세계 여성폭력 근절의 날인 지난 25일, 유엔 여성발전기금 (UNIFEM)의 친선대사인 미국의 유명 여배우 니콜 키드먼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여성인권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키드먼은 전세계 여성 3명 가운데 한 명이 크고 작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엔이 이를 우선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유엔총회는 지난 1999년 결의안을 통해 11월 25일을 세계 여성폭력 근절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국제 여성운동가들은 그러나 지구촌에서 여성들에 대한 폭력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각종 협약과 개별국가의 입법을 통해 여성의 권리와 남녀의 동등한 권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 역시 헌법으로 여성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2001년 2월 유엔의 여성차별 철폐협약에 가입하는 등 정부가 국내 여성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 여성 인권 문제를 연구해온 한국 통일연구원의 임순희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여성들이 제대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남존여비 사상이 아직도 상당히 강해요. 남성우월주의, 부부관계도 수직적이구요. 세대주를 중심으로 해서 수직적이죠. 엄격해요.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보면 성희롱이나 성폭행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거기에 대해 별 문제시 안 하는 게 문제죠."

한국에서 북한 여성들의 인권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는 탈북여성인권연대의 강수진 대표는 북한에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북한 남자들이 술을 많이 마셔요. 그러다 보니 가정 기물 깨고 마시는 것은 보통이고, 북쪽 사람들이 여자들한테 언어폭력 있잖아요. 이 간나새끼 그러거든요. 그러면서 여자를 때리는 데 여자 얼굴이 자주 멍이 들곤 하죠."

강 대표는 가정은 물론 치안을 담당하는 안전원까지 여성에게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며, 법이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근데 누가 하나 말릴 생각도 못하구 그걸 항소할 데도 없어요. 법은 무슨…고저 안전원이 최고예요."

라드히카 코마라스와이 전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지난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내 여성폭력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헌법상으로는 남녀평등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북한 여성들은 차별과 여러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인신매매에 대한 특별한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또 여성들이 수감시설에서 다양한 고문에 직면해 있으며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임산부는 낙태를 강요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 부문에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된 '크로싱'은 강제북송된 임산부가 보안원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도강한 것도 모자라서 중국 놈의 씨까지 배어 와?"(발길질 소리…여성의 비명..)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경험이 있는 강수진 대표 역시 임신한 동료가 강제 유산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고 말합니다.

" 때리면 때리는 데로 가고, 발로 차면 아래서 피가 줄줄 흐른단 말입니다. 그럼 병원에 데려가서 그냥 강제로 긁어내요. 유산시켜요. 탈북자 여자애가 8개월 됐던 애를 지워버렸는데요. 산후 조리도 시키지 않고 일주일 만에 다시 일을 했어요. 8개월이면 완전히 해산한 것과 같잖아요. 그런데…"

한국 통일연구원의 임순희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 일반적인 인권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있죠. 인권에 대한 의식, 관념이 거의 없어요. 인권이란 말 자체를 들어봤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죠. 여기(한국에) 와서 인권이 무슨 뜻이고 의식이 뭔지 제대로 알게 되는 거죠."

한국의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달 발표한 '2008 북한인권 백서' 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탈북자 1백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69%가 북한에 있을 때 '인권' 이란 말을 듣지 못했으며, 92%는 인권 관련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임순희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체제 특성상 여성인권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들다며, 우선 국제사회가 교육적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첫째로 북한의 정확한 인권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구요. 그 다음에는 북한이 폐쇄적이니까 우선 영양 상태 개선을 고려하구요. 그리고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 성교육을 일단 시켜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얼마나 해악한 것인가를 알려줬으면 좋겠구, 남북여성교류를 통해 이런 점들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죠."

북한에서 의대 교수를 지낸 한국의 현인애 NK지식인연대 대표는 교육의 취지는 환영하지만 실현 여부에 의문이 간다며, 국제사회가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 북한 당국 스스로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국제사회가 자꾸 목소리를 높이면 그게 북한에 들어가서 '아 저런 것은 하면 안 되는구나. 저렇게 하면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는 인권적 문제구나' 이렇게 깨닫게 하는 방법 밖에 없죠. 현 상황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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