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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메리칸 드림] 골프와 함께 사는 홍순옥 씨의 이민 일기


끝없이펼쳐진잔디, 푸른하늘을날아가는하얀…… 아름다운자연과더불어심신을다지는운동, 골프는세계많은사람들이즐기는스포츠죠. 10스무나이인한국의박세리선수가미국여자골프계에혜성과같이나타난이후, 한인들사이에서도골프에대한관심이커졌습니다. 이제골프는일부부유층만의운동이아닌대중적인운동으로자리매김을하고있는데요. 하지만박세리선수가골프바람을몰고오기훨씬전에, 일찌감치아들을골프유학보낸, 직접미국에이민와서골프지도자자격증까지따낸한인여성이있습니다. 바로워싱턴지역에거주하는홍순옥씨인데요. 꿈을쫓는이민자들의얘기, '마이어메리칸드림(My American Dream)', 골프와함께생활하는홍순옥씨의이민일기를부지영기자가전해드립니다.

"지금 처음 뵈니까 베이식이 하나도 안 돼있는 상태가 되가지고 그립에서부터 백스윙, 다운스윙, 팔로우스루가 전부 지금 만들어지지 않고 있으니까……

워싱턴 인근에 있는 실내 골프 연습장…… 곱상한 외모의 한인 여성이 골프 초보자의 공치는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있다.

"골프는 항상 왼손으로 리드를 하고 오른 손은 사실 있는 둥 마는 둥 하면 되는 건데…… 자, 왼손으로 리드를 하시고 오른 손에 그립을 잘 잡아야 오른 손에 힘이 빠져요."

골프채를 쥐는 방법에서부터 골프 철학에 이르기까지…… 한 시간 내내 쉼 없이 설명을 거듭하는 이 사람……

"네. 그렇게 클럽이 바닥으로 내려꽂는 그런, 그게 바로 임팩트에요. 임팩트도 저절로 주어지는 거지, 그러니까 공을 잘 치려고 하면 더 못 치는 게 골프에요."

바로 골프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홍순옥 씨다.

홍순옥 씨는 워싱턴 지역에서 한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PGA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PGA 티칭 프로란 미국 프로 골프협회 (PGA)가 공인한 골프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 홍순옥 씨는 미국 생활 3년 만인 1998년에 필기와 실기시험을 거쳐 티칭 프로 자격증을 따냈다.

사실 홍순옥 씨가 미국에 온 것도, PGA 티칭 프로 자격증을 따게 된 것도, 모두 아이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들이 일곱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을 해가지고 한국에서 국민학교 때도 날렸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하면 안되겠다.. 그래서 유명한 골프 스쿨에 보낸다고 플로리다에 아놀드 파머 골프 스쿨이라고 있어요, 거기 새들브룩에…"

아무리 아들의 장래를 위한 일이라지만 이제 중학교 1학년 나이의 아이를 떼어놓고 돌아서기란 쉽지 않은 일.

"우리 아들은 어른하고 골프를 치지, 어른하고만 지내지, 연습장에 가도 어른만 있으니까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됐어요, 걔는…… 우리 아들은 그냥 자기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뒤돌아서 이렇게 손만 하고 가버리더라고…… 학교로 쏙 들어가더라고……."

섭섭한 마음에 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들에 이어 딸을 유학시킬 때는 더욱 힘들었다. 오빠 따라 유학 가겠다며 내내 조르더니, 막상 부모와 헤어지는 순간이 되자 울며 매달렸던 것……

"우리 딸이 그냥 내 다리를 붙잡고, 지금도 내가 눈물이 나려고 하네, 그냥 너무 많이 우는 거에요. 완전히 안 떨어지고 뭐, 진짜 너무 많이 울어가지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는데 그냥 확 돌아서서 왔어요. 그러니까 우리 친구들이 한국에서 너는 독하다고.. 독종이라고……"

아이들은 금방 친구들을 사귀면서 웃음을 되찾았지만, 막상 홍순옥 씨는 한국에서 아이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밤을 지샐 때가 많았다. 평소 다정다감한 성격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던 남편도 꽤 힘들어 하는 눈치더니…… 어느 날 불쑥 미국 이민 얘기를 꺼냈다.

"애들이 없고 둘이 만 있으니까…… 우리 남편이 사업을 했거든요. 사업을 했는데 아버지 회사를 하는 거니까 아버지한테 그랬나 봐요. 우리 애들도 다 가 있는데 우리도 가고 싶다고……"

한번 마음 먹은 일은 바로 실천에 옮기고야 마는 남편, 당장 비행기표 두 장을 끊어왔고.. 두 사람은 우선 부딪치고 보자는 심정으로 미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단 관광 비자로 미국에 들어 온 홍 씨 부부는 아는 사람들이 있는 워싱턴에 자리를 잡았고……. 영주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탁소에 취직을 했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살았는데…… 하루 종일 세탁소에 앉아 다른 사람이 맡긴 옷을 수선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홍순옥 씨는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

"제가 미국을 알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는 걸 좋아해요. 그러니까 저는 일 하는 거 겁이 안 나요, 뭐든지…… 어떤 일이든지 하라고 그러면 제가 할 거에요."

가만히 앉아 쉬는 법이 없는 홍순옥 씨, 남는 시간을 이용해 맞벌이 부부 자녀의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제가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요.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아이들도 잘 돌봐주고 그랬어요, 그 때도…..."

미국에 온 후 3년째 접어들던 해…… 잠시 홀로 한국을 방문하던 중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골프 지도자 자격증이란 게 있다며 골프 취미를 살려 도전해 보면 어떻겠냐는 것…… 호기심 반 욕심 반에 덜컥 지원서를 냈다.

"플로리다 올란도인데, 거기 어디 골프장인데 거기 가서 시험을 봤어요. 2주 동안 거기 있으면서 시험을 봤는데, 3일을 시험을 봐가지고 진짜 미국 PGA 처럼 해가지고 땄어요, 제가……"

요즘에는 거주 지역에서 골프 규칙과 예절 등에 관한 필기 시험을 미리 볼 수 있었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자비를 들여 플로리다 주까지 움직여야 했던 것.

"지금은 안 그런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교육을 받아요. 그리고 애프터눈 (오후)에는 18홀을 매번 라운딩을 해요. 그리고 마지막 3일 동안을 시험을 봤어요. 그래서 거기서 붙어 가지고 라이센스를 받았어요. 80대 미만을 쳐야 됐어요. 그래서 그걸 땄는데, 요새는 어떻게 하냐 하면 여기서 (필기) 시험 붙은 사람만 가니까 돈도 덜 들고…… 굉장히 기분 좋게 갈 수가 있잖아요. 그 때는 가서 교육을 받고 매번 라운딩을 해가지고 3일이나 시험을 보니까 굉장히 어려웠어요."

워낙 골프를 오래 쳤고 잘 쳤기 때문에 한국에서 친구들을 상대로 골프를 가르쳐준 일은 있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골프 지도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자격증을 따고도 적극적으로 학생을 모집하진 않았는데……. 차츰 소문이 퍼지면서 한 사람 두 사람씩 알음알음으로 연락이 왔고,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골프도 철을 타는 운동이다 보니 비교적 겨울에는 한가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루 10시간 꼼짝 않고 서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있다.

"골프에 대한 모든 그 필 (느낌)을 전해 줘야 해요. 필을…… 어떤 느낌이고 그런 필을 전해줄 수 있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빨리 못 배우죠, 모든 사람들이……. 사람 마다 다 틀려요, 이 골프는…… 어떤 사람을 만나면 어떤 느낌이 들고 그러듯이, 내가 처음에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가르치면 아, 이 사람은 금방 잘 배울 사람, 이 사람은 오래 걸릴 사람, 또 어떤 사람은 불가능할 사람도 제가 쭉 해보니까 본인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사람이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때가 오더라구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좌절감에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집에 돌아와 열심히 골프 관련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 홍순옥 씨는 골프 수업을 하는 것 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긴 힘든 현실이라며, 골프를 사랑하고 학생들이 발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지 않는다면 하기 힘든 일이라고 한다.

"잘 배워가지고 1년 안에 싱글을 치는 분들이, 그런 분들이 이제 나한테 배웠다고 그러시고 그러는 게 행복이고……. 좋아요……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래서……"

홍순옥 씨가 골프를 시작한 건 워낙 골프를 좋아하는 남편 덕택이었다. 대학 시절 만나 7년 동안 끈질긴 연애 끝에 결혼한 남편이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것……

"남편하고 사귈 때 남편이 하니까, 우리 남편이 신발 사오고, 뭐 사와 가지고 골프장에 가서 연습을 하라 그래서 처음에 하게 됐는데…… 그 때만 해도 여자분들이 치는 분이 없어가지고 필드를 한번 나가기가 어려웠어요. 그랬기 때문에 내가 골프를 잘 배웠는지도 몰라요. 연습장만 죽기살기로 몇 년 동안을 골프 연습만 하고…… 우리 남편도 내가 골프 잘 칠 때까지 안 보여줬어요."

부모가 골프 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들이 일찍부터 골프에 흥미를 보였고……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위해 아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서 온 가족이 미국에 이민 오기에 이르렀던 것…… 홍순옥 씨는 용기 있게 결단을 내려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내가 우리 남편한테 당신이 세상에서 태어나서 제일 잘한 게 미국에 온 거라고……"

홍순옥 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온 계기가 됐던 아들 홍창규 군. 스물일곱 살 멋진 청년으로 성장해 현재 한국에서 골프 선수로 활약 중이다.

"계속 여기 투어 뛰고 캐나디안 투어에 가서 1등을 했어요. 캐나디안 투어는 너무 멀고 힘들고 그래서 그건 포기하고, 한국말도 잘 하니까 한국 투어를 한번 해보겠다고 작년하고 올해하고…… 작년에는 좀 그랬는데 올해는 아주 등수가 좋아요. 내년에 1년 뛰면 이제 그 열심히 한 것 가지고 미국 PGA 도전할 거에요."

홍순옥 씨에게 앞으로 남은 바램이 있다면 아들 창규 군이 미국 프로골프 계에 진출해서 타이거 우즈나 어니 웰스, 프레디 커플스 선수 못지 않는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좀 더 골프를 잘 칠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지도하는 것이다.

"골프는 끈기와 인내가 없는 사람들은 못 해요. 인내가 최고로 중요한 거고…… 그래서 골프는 인생이라고 말하잖아요. 인내…… 세상살이도 인내가 없으면 성공을 못하듯이 골프가 또 그런 것 같아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골프…… 인생을 알려면 골프를 치라는 말이 있지만 홍순옥 씨는 거꾸로 골프를 치듯 인생을 산다. 다른 사람을 늘 배려하고 칭찬하면서 스스로 성숙하는 운동이 골프인 것처럼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늘 끈기와 인내, 여유를 잃지 않는 것…… 홍순옥 씨의 삶은 그래서 아름답다.

(J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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