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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원인 밝혀진 걸프전 증상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지난 199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침공해 시작된 걸프전은 약 7십만명의 미군이 참여한 전쟁이었는데요? 그 이후에 걸프전에 다녀온 미군들 사이에 걸프전 신드롬, 즉 걸프전 증상이라는게 생겨서, 미국 사회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걸프전 증상을 일으킨 원인이 발견돼 화제죠?

(답) 네, 지난 17일 미국 재향군인부 산하, 걸프전 참전군인 질병조사위원회가 걸프전 증상의 원인을 연구한 결과를 재향군인부 제임스 피크 장관에게 제출했습니다.

(문) 걸프전이 끝난지 17년이 지났지만,그 동안 미국에서는 걸프전 증상의 실체와 증상을 일으킨 원인을 두고 말들이 많았죠?

(답) 대개, 걸프전 증상이라고 하면, 기억과 집중 장애, 편두통과 피로감, 전신 통증 그리고 소화기와 호흡기 장애 등을 뭉뚱 그려 부릅니다. 당시 걸프전 참전 군인 중 약 25%가 이 증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이 걸프전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두고 미국 안에서 격론이 벌어진 바 있죠? 단순히 전쟁터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다른 심리적인 문제로 이런 증상이 생겼다는 주장부터, 일부 인권단체는 미군이 전쟁터에서 사용한 각종 불법무기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과학적인 연구보다는 다소 정치적인 입장에 따른 주장만 난무했었는데요, 이번에 비교적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온거죠. 이번 연구를 위해서 조사위원회는 수백명의 걸프전 참전 군인들을 면접했고요 이라크 현지조사도 실시했습니다. 또 과학적 결론을 얻기 위해서 동물실험을 했고, 걸프전과 관련된 정부문서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문) 그렇다면, 조사위원회가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요?

(답) 간단하게 말해서, 화학물질이 걸프전 증상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문)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은 신경가스 무기를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전쟁에 참여한 다국적군이 이 신경가스 무기에 대비하느라고 혼이 난 적이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걸프전 증상의 원인이 이 신경가스 같은 화학무기와 관련이 있나요?

(답)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걸프전 증상을 일으킨 두가지 주요한 원인으로 신경가스 해독제와 살충제를 꼽았습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군의 신경가스 공격에 대비해 신경가스 해독제를 군인들에게 지급했죠? 조사결과 당시 참전군인의 반 정도가 이 해독제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연구에 참여한 캔사스 주립대학의 레아 스틸 교수는 이 해독제를 복용한 참전군인들이 걸프전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이 해독제를 복용하지 않은 군인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하네요.

(문) 걸프전 증상 원인의 다음 항목으로 지목된 살충제는 어떤 용도로 사용된 건가요? 월남전에서는 정글을 없애기 위해서 고엽제란 걸 사용해, 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말이죠?

(답) 아시다시피 걸프전이 일어났던 지역은 사막지역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막지역도 정글과 마찬가지로 온갖 병을 일으키는 해충들이 많이 있죠. 그래서 사막에 파견된 군인들이 이 해충을 쫓기 위해서 몸이나 막사 안에 이 살충제를 많이 뿌렸다고 합니다. 당시 모두 63종의 살충제가 사용됐는데요, 이중 15가지 종류가 인체에 해로운 살충제였다고 합니다. 스틸 교수는 걸프전은 군인들이 이런 종류의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한 전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문) 그런데 이번 보고서는 이 두 물질 외에도, 걸프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언급했더군요?

(답) 보고서는 두 물질 외에 실제 신경가스 무기나, 이라크군이 후퇴하면서 불질렀던 유정에서 나오던 연기 그리고 군인들이 파견될 당시 접종됐던 각종 전염병 예방백신을 지적했습니다. 이중에서 눈에 띄는 항목이 바로 당시 미군이 사용했던 열화우라늄탄입니다. 이 열화우라늄탄은 목표물을 공격할 때 파괴력을 더하기 위해 소량의 방사능 물질을 사용하는 무긴데요, 걸프전에서 많이 사용된 이 무기가 걸프전 증상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동안 미국 국방부는 이 무기의 인체 유해성을 부인하는 입장이었는데요, 이번 연구결과로 입장이 난처해진 셈이죠.

(문) 그렇다면 이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어떤 정책을 정부측에 권고하고 있나요?

(답) 네, 보고서는 걸프전 증상이 실체가 있는 병이고 또 이 병의 원인이 밝혀진 만큼 정부는 걸프전 증상을 더 진지하고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조사위원회는 의회에 6천만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문) 전쟁의 상흔은 언제나 깊게 마련이죠. 걸프전이 끝난 뒤 17년이 지났지만, 병에 시달리는 군인들은 여전히 자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군요.

(문) 김정우 기자, 다음 소식을 들어볼까요?

(답) 네, 미국에는 primary care doctor라고 해서 사람들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찾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특정 분야를 담당하는 의사가 아니라, 일반적인 진단을 하고 간단한 치료를 하는 의사들이죠. 한국말론 가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런데 최근 의사협회가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조사에 응한 의사 12,000명 중 반 정도가 의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밝혔답니다. 또 60%는 의사직을 직업으로 추전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하는군요.

(문) 의사라면, 고소득에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인데, 이런 반응이 나오니까, 뜻밖인데요? 왜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요?

(답) 네 물론 설문조사 응답자의 76%가 자신들이 과중한 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말고, 눈에 띄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많은 의사들이 보험회사와 보건당국을 상대하는 작업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란 대답을 했다는군요.

(문) 미국은 병원을 운영할 때 진료 외에도 보험회사를 상대하는 것이 정말 골치 아픈 일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너무 많은 행정업무가 의사들을 지치게 하는 모양이네요.

(답) 그렇죠. 조사에 응한 의사들 상당수가 환자의 진료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보험회사를 상대로 한 행정처리 때문에 지쳐가는 현실에 염증을 느낀다고 하네요. 또 이들은 현재 보험회사에서 받는 의료비가 충분치 못하고, 잘못된 치료에 대한 법적 소송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의사직을 계속하는 것이 그렇게 수지 맞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런데 큰 문제는 미국 병원제도의 최일선을 책임지는 이런 가정의들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다른 직업을 구하거나, 아니면 빨리 은퇴를 할 생각을 하고 있죠.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과 함께 미래의 의사 지망생들도 대부분 졸업 후에, 전문의가 되기를 원하지, 가정의가 되겠다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상태라, 미국 의료제도가 가까운 시간 안에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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