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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의 민주화 시위자 중형 선고에 국제적 비판


버마 법원이 반정부 인사들에게 징역65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해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사람들인데요, 이번 판결로 버마 군사정부는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징역 65년 형이라면 사실상 감옥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라는 얘기가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버마 특별재판소는 지난 11일 14명의 민주인사들 모두에게 각각 징역 65년을 선고했는데요, 버마 최대 도시 랑군 북부의 한 교도소에서 비공개로 열린 재판에서 이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다 붙잡힌 수수 느웨이도 징역 12년 6개월을 선고 받았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당의 지방 평당원 10명도 징역 8년에서 24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번에 중형을 선고 받은 인사들 가운데 5명은 여성이구요, 남편과 부인이 모두 민주화 운동을 하다 붙잡힌 경우도 있습니다.

MC: 버마 법원은 어떤 근거로 이런 중형을 선고했는지 밝혔습니까?

기자: 비공개 재판이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형을 선고 받은 민주인사들의 가족들로부터 재판 내용이 일부 전해지고 있는데요,

지난 해 8월과 9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버마 국내법상 국가의 안정을 해치는 시위에 참가하거나 연설과 성명을 발표한 사람은 최고 20년 형에 처해집니다. 버마 법원은 민주인사들이 불법 단체와 연계되고, 외국과 통신을 제한하는 법 규정을 어겼다는 혐의를 중형 선고 이유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중형을 선고 받은 것에 대해서 당사자들의 불만이 많을 것 같은데, 상급 법원에 이의를 신청할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상급 법원에 가봐야 어차피 버마 군사정권의 그늘 아래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판결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민주인사 가족들도 현재로서는 희망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MC: 버마 민주인사들이 이번에 중형을 선고 받은 데는 지난 해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 같은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시죠.

기자: 지난 해 반정부 시위는 정부가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연료비를 크게 올린 게 발단이 됐습니다.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서 항의 시위를 벌였는데요, 여기에 불교 승려들이 가세하면서 시위가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흘렀고 규모도 점점 커졌습니다. 당시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1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마 군사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는데요,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시민들을 몽둥이로 때리는 바람에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유엔은 버마 당국의 시위 진압으로 31명이 숨졌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74명은 아직도 행방을 알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MC: 버마 법원의 이번 판결의 의미,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일단 오는 2010년으로 예정된 총선거에 이들 민주인사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버마 군사정부는 지난 5월 새 헌법을 채택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강행해서 통과시켰는데요, 새 헌법은 오는 2010년 총선거 실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군사정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새 헌법이 민주적인 헌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새 헌법이 버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수치 여사에 이어서 이번에 중형을 선고 받은 민주화 인사 20여명 마저 총선거에 나오지 못하도록 버마 정부가 미리 손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반정부 인사들을 총선거에 앞서 얼마든지 잡아 가둘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MC: 국제사회는 그동안 지난 해 버마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버마 군사정부에 민주개혁을 줄곧 요구해 왔는데요, 이번 판결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무엇보다 국제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버마 군사정부가 인권을 개선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스스로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현재 버마에서 감옥에 갇혀 있는 정치범 수가 지난 해 반정부 시위가 있기 전 1천2백 명에서 2천1백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도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군사정부가 정치범들을 모두 석방하지 않는다면 오는 2010년 총선거는 정통성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마이클 그린 전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버마 특사로 임명했습니다. 그린 버마 특사는 버마의 민주화와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MC: 버마 법원의 판결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만만치 않은데요, 버마 군사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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