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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탈북 어린이, 입국 2년 만에 탈북자로 인정


부모 없이 홀로 한국에 입국한 5살 탈북 소년이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탈북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습니다. 이 아이가 탈북자 지위를 인정받기 까지는 아버지의 국적이 문제가 됐었는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어머니와 함께 탈북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6년 한국으로 들어온 다섯 살 소년이 법원으로부터 탈북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탈북 소년 황모 군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는 황 군을 탈북자로 인정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2002년 남편을 북한에 남겨 두고 혼자 탈출한 황 군의 어머니는 2003년 중국에서 재중동포 김모 씨와 동거하는 중에 황 군을 낳았습니다.

김 씨에게 버림을 받았던 황 군의 어머니는 이후 중국 공안에 체포돼 아들과 함께 북한으로 보내졌다가 다시 탈출해 몽골을 거쳐 한국 입국을 시도했으나 또 다시 붙잡혀 북으로 송환됐습니다.

아들 황 군은 중국에 있는 친척이 '중국인 자녀'라고 신원보증을 서준 덕분에 강제송환을 피하고 2006년 우여곡절 끝에 몽골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황군은 한국에 먼저 입국한 이모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탈북자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통일부는 "황군의 어머니가 오랜 탈북 생활을 한 것으로 볼 때 북한에 있는 남편과 사실상 이혼한 상태였고, 황모 군 역시 중국 남성과 동거하던 중에 태어난 아이이므로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중국 공안에 붙잡힐 경우 북송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국인 남성을 아버지로 적어놓은 쪽지도 거부 이유가 됐습니다.

이에 황 군 측은 "생모가 북한에 있고 탈북 후 중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황 군의 어머니가 아들이 태어나기 1년에서 8, 9개월 전까지 북한으로 송환돼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임신할 당시 북한인 남편과 이혼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또 "황 군이 입국 당시 북에 있는 아버지와 같은 성 씨인 황 씨 대신 김 씨 성을 사용했지만, 이는 체포될 경우 북송을 피하기 위해 아버지가 중국인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황 군을 탈북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황 군은 한국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누리게 돼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됩니다.

[황 군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청담의 박민재 변호사] "황 군의 경우 지금까지 사람으로서 받아야 할 권리를 아무 것도 못 누리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에도 갈 수 없고 의료보험도 받을 수 없고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으로 대우를 받았어요. 이번 판결로 호적이나 주민등록증도 가질 수 있고 탈북자로서 정착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통일부와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황 군과 같은 탈북 고아가 2천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중국인 아버지와 북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최대 1만 5천 명에 이르며 이들 대부분이 국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탈북 고아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크지 않아 사실상 이들의 인권은 방치돼 있다"며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공교육은 물론이고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정광일 조사팀장은 "탈북 과정에서 극심한 배고픔이나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는 등 탈북 고아들이 겪는 심리적 충격은 엄청나다"며 "한국과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신분 보장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현행 한국의 헌법이나 북한이탈주민 지원법률에 따르면 탈북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한국 국민이나 탈북자로 인정받을 수 없게 돼 있다"며 "이들이 국적을 받으려면 법무부 국적난민과의 심사를 거쳐 인정받는 것 외엔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김정욱 공보판사는 "탈북 고아의 경우 명확한 사실관계를 따질 수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국적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이들을 난민으로 볼 것이냐 탈북자로 볼 것이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국적 탈북자들의 경우) 외국인으로 규정할 경우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권한 즉, 난민지위 인정을 받게 돼 있고 탈북자는 외국인이 아니므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게 돼있습니다. '난민'이냐 '탈북자'냐 라는 결정 기준은 결국 국적이 어디냐 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탈북 고아의 경우 국적 문제를 판단할 때 증거 관계가 확실치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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