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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태국, 힌두 사원 놓고 영토분쟁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여러 곳의 국경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이웃나라인 태국과 캄보디아도 그런 나라들 가운데 하나인데요, 두 나라 접경지역에 위치한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MC: 최근들어 캄보디아와 태국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캄보디아와 태국은 지난 7월부터 국경지역에서 군사적 대치를 시작했는데요, 그후 양측은 국방장관과 외교장관 등이 만나 순조롭게 협상을 벌이는 듯 했지만, 이달 초 총격전이 벌어져 양측 병사 3명이 부상하는 등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3일, 외교장관 회담이 아무 성과없이 끝난 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태국 군에 대해 24시간 안에 철수하라고 최후통첩을 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엄청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태국은 외교장관이 나서 캄보디아가 무력에 의존할 경우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위기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태국 군이 철수를 시작하면서 일단 충돌은 피했지만 여전히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두 나라가 이처럼 국경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지대인 당렉 산맥 정상에 있는 한 힌두교 사원 때문입니다. '프레아 비헤아르' 라는 이름의 이 사원은 지금부터 약 9백년 전인 11세기 무렵에 크메르 제국의 앙코르 왕조시대에 건설된 대규모 힌두사원인데요, 두 나라 모두 이 사원이 자기 나라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식민통치 시절 국경선을 새로 확정하면서 사원은 캄보디아에 포함시키면서 유일한 출입로를 비롯한 주변지역은 태국 쪽에 포함시킨 것이 분쟁의 불씨가 됐는데요, 프랑스가 1953년에 물러난 후 두 나라 간의 영유권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진행자 =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요, 먼저 캄보디아 측의 입장이 어떤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이= 네, 캄보디아는 1962년에 국제사법재판소에 사원의 영유권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해 사원이 캄보디아 소유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국제사법재판소는 프랑스 식민통치 시대에 설정된 양국 국경을 존중해 그같은 판결을 내렸는데요, 캄보디아는 이를 근거로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행자 = 하지만 태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죠?

이= 그렇습니다. 태국은 1904년 인도차이나 반도를 점령한 프랑스가 국경선을 새로 설정할 때 당사국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국경선을 정하면서, 당렉 산맥의 태국 쪽에 있는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잘못 설정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 이후에도 사원만 캄보디아 측에 넘겨주었을 뿐 주변지역의 땅은 내놓지 않는 등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끊임없이 사원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렇지만 그동안 사원을 둘러싼 두 나라의 분쟁이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는데요, 최근들어 두 나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네,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이 올해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두 나라 국경분쟁의 기폭제가 됐는데요, 사원이 캄보디아 소유임이 다시 한 번 공식 확인된 데 대해 태국 국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태국인 시위대 3명이 국경을 넘어 사원에 진입했다가 캄보디아 당국에 붙잡혔습니다. 태국은 이를 이유로 국경에 군대를 배치했고, 캄보디아도 이에 대응해 병력을 투입하면서 군사적 대치상태로 이어진 것입니다.

진행자 = 그런데 인접국이 반대할 경우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태국이 찬성했다는 이야기인가요?

이= 네, 유네스코 규정에 따르면 국경지대에 걸쳐있는 지역의 경우 관련된 모든 나라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도 태국의 반대로 등재가 보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태국 정부가 지난 6월 갑자기 지지의사를 밝힘으로써 세계 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했습니다.

태국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태국 시민단체와 야당들은 영유권을 포기한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태국 정부는 뒤늦게 이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태국의 야당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정국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오늘(15일) 또다시 사원 인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인가요?

이= 네, 영토 문제라는 게 정치적으로 아주 폭발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태국 군이 사원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결국 캄보디아가 태국군을 몰아내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폭력 사태를 피하기 위해 대화를 재개할 것을 두 나라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MC: 지금까지 힌두교 사원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캄보디아와 태국 상황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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