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태권도연맹 (ITF)이 북한 통일전선부의 전위대라고 주장한 최홍희 장군의 아들 최중화 씨의 발언에 대해 ITF 북한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ITF 북한 관계자들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최 씨의 발언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세 갈래로 갈라진 ITF의 또 다른 캐나다인 책임자는 최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창설한 최홍희 장군의 아들 최중화 씨는 지난 7일 34년 만에 한국에 입국하면서 ITF를 북한 "통일전선부의 전위대"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최 씨는 기자들에게 북한이 ITF의 주도권을 잡은 뒤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태권도 시범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공작원을 키워 해외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태권도연맹 사범으로 오는 사람들은 어디 가는지 찾을 수도 없고 태권도를 안 가르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뻔히 압니다. 이 사람들이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하지만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태권도연맹의 북한 측 관계자들은 최 씨의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다 사실하고 정반대로 얘기해서 우리도 어처구니 없이 생각하고 있는데 흑과 백을 전도시킨다는 게 다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태권도 무도인으로서는 차마 도리도 없고 의리도 없고 몰상식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과 직책을 말할 수 없다고 밝힌 이 북한 관계자는 최 씨의 말은 전부 거짓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직원의 상관인 다른 북한 관계자는 최 씨의 품행을 지적하며 말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2002년 1월 12일, 자기 아버지가 주관한 총회에서 퇴출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뭐 이렇게 저렇게 평가할 대상이 아닙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사람 여기서 평가할 필요가 없지요."
국제태권도연맹은 지난 2002년 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당시 사무총장이던 최중화 씨를 해임했습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태권도연맹(USTF)의 린느 세리프 (Renee Sereff)심사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중화 씨가 당시 아버지 최홍희 총재의 노선에 반기를 들었다고 말합니다.
세리프 국장은 최홍희 씨가 1990년대 말 방탕한 생활을 하는 아들을 걱정하며 제자인 미국태권도연맹의 찰스 세리프(Charles Sereff) 회장에게 아들을 잘 돌봐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고 말합니다. 이후 세리프 회장이 브라질 등지에서 최 씨를 만나 아버지를 존경하고 무도인으로서 도덕적인 삶을 살도록 권고하며 여러 도움을 줬지만, 결국 최중화 씨는 빈 회의에서 아버지를 상대로 시위를 하며 도의를 저버렸다고 말합니다.현재 국제태권도연맹의 어느 분파에도 속해 있지 않은 미국태권도연맹의 세리프 국장은 ITF가 통일전선부의 전위대라는 최 씨의 주장도 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리프 국장은 최중화 씨가 아버지를 존중하지 않았고 상당수 무도인들도 그에게 등을 돌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조직을 회생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행보를 걷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습니다.국제태권도연맹(ITF)은 2002년 최홍희 장군이 사망한 뒤 조직운영을 놓고 논란을 겪은 끝에 장웅 IOC 위원이 이끄는 북한 측과 북한 정부의 일방적 운영에 반기를 든 베트남계 캐나다인 트란 트리우 콴 총재 계열, 그리고 최중화 씨 등 세 갈래로 나눠졌습니다. 이 세 단체는 모두 똑같은 ITF 명칭을 사용하며 서로 자신들이 정통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콴 총재 계열이 80%, 북한 측 15%, 최중화 총재 측 5%로 사실상 북한 정부가 ITF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캐나다 몬트리얼에서 활동하는 콴 회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중화 씨가 걸어온 길은 문제가 많지만 북한 측이 ITF를 이용했다는 그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콴 회장은 북한 정부의 일처리 방식을 봤을 때 아마도 일부 그런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민감한 사안이어서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콴 회장은 자신이 북한 측 ITF 와 갈라진 배경도 민주적 방식을 외면하는 북한 정부의 독단적 개입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콴 회장은 최중화 씨가 개인의 문란한 생활 외에 ITF 에도 많은 해를 끼쳤다며, 그럼에도 소송 대신 그의 허물을 용서한 이유는 아버지인 최홍희 장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콴 총재 측은 얼마 전 오스트리아 빈의 ITF 건물 소유를 놓고 장웅 총재 측과 소송을 벌여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장 웅 총재 측이 항소해 현재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콴 총재는 한 두 달 안에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 확실시 된다며 북한 측이 그래도 나가지 않을 경우 오스트리아 경찰 입회 아래 정식으로 건물을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