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입국한 뒤 간첩 활동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는 원정화가 한국 측 정보요원과 북한 측 대남 공작요원 사이를 오가며 이중간첩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원정화는 가족 대부분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자세한 소식을 서울의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원정화가 이중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는데,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네, 한국 검찰에 따르면 원정화는 2003년 한국 측 정보요원 이모 씨로부터 "북한의 군사기밀을 파악해주면 매달 통장에 5백만원씩 넣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이에 원정화는 석달 뒤 중국에 있는 북한 측 대남 공작요원을 만나 이를 보고했습니다. 그가 한국 측 정보요원에게 전달한 자료를 보며, "이런 자료는 줘도 괜찮다."고 허락하자 정보를 넘겼습니다.
원정화는 이 때부터 중국과 북한을 드나드는 탈북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한국 측 정보요원들을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질문 2) 원정화의 이중간첩 활동이 이후에도 계속된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2004년에는 한국 측 정보기관 요원 김모 씨에게서 북한 여권 사진을 촬영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어머니 여권 사진을 찍어 전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원정화는 북한 측이 김 씨도 살해하라며 용수철 발사장치가 달린 독침을 건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는 등 마음이 바뀌어 김 씨를 살해하라는 지령은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원정화는 그 뒤에도 김 씨와 잠자리를 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소재를 알아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질문 3) 검찰 조사에서 원정화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소재를 알아내려고 자신과 접촉했다는 탈북자가 나타났다죠?
네, 그렇습니다. 원정화를 만났다고 밝힌 사람은 김용화 탈북난민인권협회 회장입니다.
김용화 회장은 29일 한국의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정화가 2006년 여름 나를 만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근황을 묻고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당부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용화 회장은 "원정화가 만나자고 연락이 와 한 음식점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당시 자신이 탈북자동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원정화는 당시 김 회장에게 "자신이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관련된 일이 있고 일본에 있는 언니가 조총련에 이용당하고 있다."며 "황 선생과 한번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원정화가 거물급 인사를 거론해 허풍을 떠는 정도로 생각해 "황 선생은 지금 경호팀도 있고 본인 의사도 들어봐야 한다."며 면담 주선을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질문 4) 원정화의 가족들 대부분이 간첩인 것으로 드러났다는데, 무슨 얘기인지요?
네, 한국 검찰 등에 따르면 원정화는 1974년 1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아버지 원모 씨와 어머니 최모 씨의 2녀 중 둘째딸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원 씨는 북한공작원으로 남파 훈련을 받은 뒤 그 해 한국에 침투하다가 피살됐습니다.
아버지가 피살되자 어머니 최 씨는 계부 김모 씨와 재혼했고, 원정화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여동생과 남동생을 한명씩 두게 됐습니다. 계부 김 씨 역시 북한 대남공작 관련 부서의 고위 간부로 근무했으며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좌를 지냈습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먼 사돈으로 알려진 김 씨는 중국 내에서 북한 보위부와 수시로 접촉하며 원정화에게 공작금을 제공하고 간첩 활동을 지시하기도 한 장본인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 씨의 경력에 비춰 김 씨가 단순히 원정화의 간첩 활동을 지원한 것 외에 자체적인 주요 임무가 주어졌을 것으로 한국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원정화의 여동생도 보위부 공작원으로 대남 공작활동을 수행했고, 남동생 역시 보위부에서 운전수로 근무하며 공작활동을 수행했습니다.
(질문 5) 이번 사건에서 북한의 보위부 공작원들의 아지트로 이용된 곳도 알려졌다지요?
네, 중국 길림성 연길의 두만강 호텔입니다. 원정화는 연길에서 간첩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 호텔 객실에 마련된 보위부 비밀사무실에서 공작원 활동요령과 주의사항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원정화가 1999년 9월 보위부 공작원과 중국 폭력배 등과 함께 한국 사업가 윤모 씨를 납치했을 때도 이들은 윤 씨를 두만강 호텔 301호에 감금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