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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단체들, 위장간첩 사건으로 선입견 우려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국의 탈북자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1만4천여 명에 달하고 있는데요, 탈북자 단체들은 이번 사건으로 탈북자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탈북자단체 관계자들은 27일 탈북자 위장간첩 사건이 발표되자 이번 사건으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숭의동지회 최청하 사무국장은 "지금도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설 자리가 위축돼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다른 탈북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자가 1만 4천 명이 되니까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짐작은 했는데 정작 이렇게 사건이 나고보니 참 당황스럽습니다. 탈북자에 대한 남한 사회의 시선이 따가운데 상당히 우려가 됩니다."

최 국장은 또 여간첩 원정화 씨가 군부대를 돌며 강연을 해온 것과 관련해 "당국에서 제대로 신상을 확인하지 않고 강연자를 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군 당국의 허술함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탈북자들 대부분이 이번 사건으로 크게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 여성들을 지원하는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의 신미녀 부회장은 "사건 보도가 나간 이후 탈북자들로부터 우려 섞인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 부회장은 "안 그래도 탈북자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상황이 더 악화될까 걱정"이라며 "특히 취약계층인 탈북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확대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체들은 또한 원정화 씨의 임무 중 황장엽 씨를 비롯한 주요 탈북자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일도 있었다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황장엽 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북한민주화위원회의 차성주 국장은 "간첩이 일부 탈북자를 암살할 목적도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 10년 간 남북관계가 진전된 듯 보이지만 실제 북한의 대남공작 야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우리민족끼리를 외치지만 남한사회를 위협하는 책동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현재 북한이 테러지원국을 해제해 달라고 하는데 이번 사건과 같은 테러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막아내야 한다.."

일각에선 탈북자 입국 심사 등을 강화해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는 "처음 탈북자가 넘어오면 합동 심문단에서 한 달 간 신원확인을 거친다"며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났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탈북자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인단체총연합의 손정훈 사무국장은 "한국으로 오는 탈북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간첩이 입국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며 입국 때 검증 체계를 더 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그러나 자칫 검증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원정화 씨가 소재 파악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온 탈북자들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는 없어야 한다"며 "남북한 사회를 모두 경험한 탈북자를 통일에 필요한 일꾼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탈북자의 탈을 쓴 간첩을 잡았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통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체제가 싫어 죽음을 각오하고 온 탈북자들은 남북한의 차이를 알고 남한의 민주주의를 체험한 이들이므로 통일의 믿음직한 역군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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