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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올림픽 앞두고 언론자유 통제 강화


중국 당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외신기자들의 인터넷 접속까지 제한하다 국제사회의 호된 비난을 받았는가 하면, 쓰촨성 대지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교사를 처벌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베이징 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군요. 전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외신기자들의 인터넷 접속까지 통제하려 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주말 베이징 올림픽선수촌에서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지원하는 언론회관, 프레스센터가 문을 열었는데요, 중국 당국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습니다. 접속이 차단됐던 인터넷 사이트는 티베트 문제와 타이완 독립, 지난 '89년에 일어난 텐안먼 민주화 시위를 다루는 사이트들을 비롯해서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 영국 공영방송인 BBC의 중국어 방송, 홍콩의 진보적 신문 등의 공식 사이트들입니다. 하나같이 중국 당국이 껄끄러워 하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사이트들입니다.

MC: 그런데 중국 당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 밀려서 인터넷 접속 차단을 중단하기로 했다구요?

기자: 네, 전세계 주요 언론들이 중국 당국의 이번 인터넷 접속 차단 조치를 일제히 크게 보도한 뒤, 비난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외신기자들은 취재를 위해서는 올림픽 경기 뿐만 아니라 주최국인 중국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사이트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어제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직접 담판을 지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인터넷 접속 차단을 풀기로 약속했습니다. 현재 국제사면위원회와 영국의 BBC방송 사이트가 다시 접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의 체제전복을 기도하는 것으로 중국 당국이 지목하고 있는 사이트들은 계속해서 접속이 차단됩니다.

MC: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어떤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중국의 국가안보와 사회안정을 해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중국 당국의 원래 입장이었습니다. 중국의 인권 현안들을 국가안보와 사회안정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건데요, 관련 국내법이 엄연히 있는 만큼, 외신기자들도 법 적용에 있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와 직접 관련된 사이트는 무제한으로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언론 검열이라고 볼 수 없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는데요, 국제올림픽위원회와의 막판 협상 결과, 언론 검열이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MC: 그런데 언론 자유 못지 않게 표현의 자유 역시 중요한 인권 가운데 하나이지 않습니까? 쓰촨성 대지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교사를 중국 당국이 처벌했다는 소식이 있어요. 어떤 사진들이었길래 처벌까지 한 겁니까?

기자: 지난 5월 쓰촨성 대지진으로 무너진 학교 건물들을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54살의 중학교 교사 류사오쿤 씨가 이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렸는데요, 류 씨는 지진 피해지역을 돌면서 찍은 이 사진들과 함께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가 체포됐습니다. 다른 3명의 인권운동가들도 같은 이유로 지난 6월 당국에 체포됐었는데요,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유독 학교 건물들의 피해가 많았던 사실이 지적되면서, 관리들이 돈을 받고 부실공사를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는데요, 중국 당국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사회질서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류 씨를 1년 간의 강제노동형에 처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강제노동형을 이른바 "노동을 통한 재교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MC: 중국 정부가 이렇게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 비판세력을 탄압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중국 정부로서는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중국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드러나는 것이 싫은 겁니다. 인권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외신기자들이 접속하는 걸 막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지난 10여년 간 이뤄놓은 경제성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선진강국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는데요, 인권과 같은 중국사회의 어두운 단면 때문에 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중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베이징 시내에서 있을지 모를 인권 시위를 막는데도 부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테러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불심검문과 지하철 보안검색 등을 강화하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MC: 그런데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인권 상황을 지적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구요?

기자: 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9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계 인권운동가 5명을 백악관에서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면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의 데니스 와일더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도 지난 30일 중국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기를 기대한다며, 중국이 시늉만 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권단체들과 일부 미국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백악관은 인권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는 데는 중국 측과 직접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순수한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과 정치 문제를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MC: 지금까지 올림픽을 일주일 앞둔 중국의 인권 문제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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