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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NGO 식량 수요 조사 결과의 의미


세계식량계획 WFP을 비롯한 유엔 산하기관들과 미국의 민간 구호단체들이 최근 북한 전역에서 실시한 식량 수요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4년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서 진행한 가장 광범위한 식량 안보 조사인데요, 이에 따른 북한 식량난의 실태 등에 대해 조은정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세계식량계획 WFP의 장 피에르 드 마저리 평양 사무소장이 30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북한 내 식량 상황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최악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재 어느 정도 심각한 것입니까?

드 마저리 소장은 당장 6백40만 명의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면서, 올 가을 추수 전 고비를 넘기기 위해 원조가 시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드 마저리 소장은 앞으로 3~4 개월 사이에 식량난이 더욱 악화돼 일부 지역에서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주민들이 어느 정도 식량을 섭취하고 있습니까?

드 마저리 소장은 조사 대상 가구의 절반 이상이 식사 회수를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로 줄였고, 이들이 받는 1인당 하루 배급량도 기존 4백50 그램이나 5백 그램에서 1백50 그램으로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들이 늘었고, 야생식품 섭취로 설사병도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세계식량계획과 별도로 수요 조사에 나섰던 미국의 5개 비정부기구 NGO들의 조사 결과도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다만 NGO들은 WFP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부분이 있는데요. NGO들은 평안북도와 자강도에서 1년 전과 비교해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가 20~40% 늘었다고 전했고요, 그러면서 신생아 몸무게도 곤두박질쳐 2.5 킬로그램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고 아동사망률도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산모의 회복 기간이 두 배로 늘었고, 많은 산모들은 모유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드 마저리 소장이 3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동북부 지방의 일부 주민들이 식량 지원을 눈물로 호소했다는 말을 했는데요. 왜 이 지역을 특별히 언급했을까요?

WFP는 북한 동북부 지역의 식량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와 식량농업기구 FAO는 함경북도와 양강도 전역, 그리고 함경남도 일부 군이 '극심한 식량과 생계 위기'를 겪고 있으며, 나머지 지역들은 이보다는 양호한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극심한 식량 위기', '만성적인 식량난' 이러한 정의가 어떤 의미입니까?

유엔 기구들은 '식량안보 인도주의 단계 통합 분류 (IPC)'라는 기준을 토대로 식량난을 평가하는데요. 총 5개 단계로, 1단계는 '대체로 식량안보 확보', 2단계는 '만성적 식량난', 3단계는 '극심한 식량과 생계 위기', 4단계는 '인도주의적 비상사태', 그리고 가장 심각한 5단계로 '기근과 인도주의적 재해'입니다. 현재 함경남북도와 양강도는 UN의 식량 위기 분류에서 세번째로 위험한 단계, 나머지 지역은 두번째로 위험한 단계인 것입니다.

진행자: 그래서 식량 수요 조사에 참여했던 미국 구호단체들, 그리고 유엔이 "현재 북한이 기근 상황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올 가을 추수 전까지 시급히 추가적인 식량 원조가 없으면 식량 안보 상황이 북한 전역에서 한 단계씩 악화될 것이라고 WFP는 경고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함경남북도와 양강도에서 '인도주의적 비상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진행자: '인도주의적 비상사태'가 식량 위기 분류에서 네 번째로 심각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입니까?

유엔은 각 식량 위기 단계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현상들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정의에 따르면, 예를 들어서 현재 '극심한 식량 위기'단계인 함경남북도와 양강도에서는 하루에 1만 명 당 한 명이 아사하고, 아동들의 키와 몸무게가 평균보다 10~15% 미달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로 악화되면 1만 명 당 2명이 아사하고, 아동들의 키와 몸무게는 15% 이상 미달하며, 주민들은 하루 2천1백 kcal 미만의 열량을 섭취하고 곡물, 야채 등 3개 이하의 식품군을 먹는다는 것입니다. 유엔은 1만 명 당 2명 이상이 아사하는 경우를 기근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현재 WFP가 국제사회의 긴
급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군요. WFP는 앞으로 어떤 대책을 세워놓고 있습니까?

WFP는 식량 원조를 현재 1백20만 명에서 6백40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확대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올 추수 때까지는 2천만 달러, 그리고 올 9월부터 내년 말까지는 5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WFP는 앞으로 2주일 안에 국제원조를 호소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인데요. 한국 정부는 WFP의 정식 요청이 있으면 그 때 가서 대북 식량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50만 t의 식량 지원을 약속했지만 아직 밀 3만 7천 t만 전달된 상황이고요, 2차 지원분인 옥수수 2만 4천 t은 8월 말께 북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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