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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민간단체 ‘북한 식량 상황 심각’


세계식량계획 WFP와 식량농업기구 FAO 등 유엔 산하 기관들은 북한의 현재 식량 사정이 심각한 위기 상황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함경남북도와 양강도의 식량난은 '비상사태'를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절박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서지현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인도주의적 비상사태' WFP 식량 상황 분류 마지막 단계인데요, 굶주려 사망하는 아사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 아니겠습니까?

답: 네. 그동안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여러 기관, 여러 단체들에서 우려를 제기해왔었는데요. 공신력 있는 세계식량계획 WFP와 식량농업기구, FAO 등 국제기구들의 평가는 북한의 식량 상황이 현재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 상황도 위험한데 이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WFP 의 분석입니다. 함경남북도, 양강도는 현재 3단계인 '심각한 식량과 생계 위기' 상황이지만, 8~9월에는 가장 위험한 '비상사태', 즉 마지막 4단계로 악화될 수 있고, 나머지 지역들 역시 현재는 2단계인 '만성적인 식량난' 단계이지만 3단계로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고, WFP는 설명했습니다.

[베티나 루셔 WFP 대변인] 루셔 대변인은 북한의 식량 상황은 다음 달에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도달할 우려가 있다며,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 불균형으로 발육이 부진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량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그러니까, 아사자가 발생하기 직전의 단계라는 건데요. 우선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 50 t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에 신속히 전달되는 것이 급선무이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지원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 대한 정확한 전달, 이를 위해 WFP는 북한 주재 요원 수를 기존 10명에서 55명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WFP가 최근 북한과 체결한 양해각서의 내용을 보면 놀랄만한 부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현지 WFP 인력이 기존 10명에서 45명이 추가돼 5.5배 늘었구요. 이 숫자를 앞으로 59명으로 늘리기로 북한 당국과 합의한 상태인데요, 그렇게 되면 기존의 인력보다 6배 수가 북한에 주재하게 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한국어를 쓸 수 있는 직원도 채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WFP의 북한 지원 역사상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본부 파견 요원을 채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불시 방문도 허용하기로 했다니 이번에는 지원 식량이 전용되지 않고,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봅니다.

진행자: 민간단체들이 전하는 북한의 식량 상황도 전해주시죠. WFP 현장조사 결과와 차이점이 있나요?

답: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민간단체들은 북한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데는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만 아사자 발생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씩 견해차가 있는데요.

지난 2002년부터 북한 평안남북도, 함경남도 등에서 지원 활동을 펼쳐온 프랑스 구호단체 '프리미어 어전스' 측은 식량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아직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의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프리미어 어전스의 북한 사업 담당자인 데이비드 제르맹 로빈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에 굶어죽는 사람들은 없다며,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렵긴 하지만 아직 아사자가 나올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비정부기구 NGO들은 대체로 WFP의 이번 조사 결과와 비슷한 정도로 북한의 식량 위기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한국의 대북 구호단체인 '좋은벗들' 아사자가 늘고 있다고 계속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지 않습니까?

답: 네. '좋은벗들'은 지난 달 평양을 제외한 북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사와 영양 결핍으로 인한 병사, 가족 동반 자살이 보고됐다고 전했었는데요. 하지만 최근 발간한 소식지에서는 이달 들어 아사 현상이 약간 주춤해졌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외부 식량 유입과 함께 식량난이 극심했던 황해도 농촌 지역에서 햇보리와 햇감자, 이모작 작물 등이 수확되기 시작해 잠시나마 숨통을 틔웠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하지만 '좋은벗들'은 급한 불을 잠시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위기를 안정적으로 해소할만한 수준은 못 된다면서 외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 추정에는 동향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kg 4천원 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 이달 들어서 쌀 값 폭등 현상 역시 주춤해졌다고 합니다. 지역별로 쌀은 kg 당 2천5백~2천7백원 대, 옥수수는 1천3백~1천5백원 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시 외부 지원 유입분과 또 앞으로의 추가 지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좋은벗들'은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와 비교하면 쌀과 옥수수 등의 곡물 가격은 3배 이상 폭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되겠죠.

진행자: WFP 유엔 기구들과 민간단체들이 보는 북한의 식량난은 대체로 '심각하다', '최악의 비상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이다' 등으로 절박한 상황이 아닙니까. 그런데 유독 북한 당국만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같아요.

답: 네. 북한 당국이 현재의 식량난은 자신들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3일 식량 위기 소식을 전하면서 해외의 식량 수급 불안정 요인으로 유럽의 흉작과 호주의 가뭄 피해, 중국과 인도의 곡물 소비 증가 등만 언급했습니다. 자신들의 식량난 얘기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식량농업기구, FA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내년 식량가격 급등을 경고했다며, 이대로 가면 앞으로의 식량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은 뻔하다고 우려를 전했습니다.

북한의 체제 변화와 경제 재건 없이 이대로 가면, 북한의 식량위기 역시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는 게, 또 최악의 비상사태에 달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식량난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한은 최근 세계적인 식량난에 대처하기 위해 농사에 집중하자는 내용의 방송을 계속 내보내고 있는데요. 세계 식량난 걱정보다는 북한주민들이 현재 '비상사태' 직전의 상황에 처해있다는 국제사회의 경고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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