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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식량 지원, 경제개혁 조건 내세워야'- 북한인권 단체 토론회


북한의 식량난은 `선군정치'와 폐쇄적 사회주의체제에 따른 만성적 빈곤의 성격이 강한 만큼 나라별, 단체별로 분산돼 있는 대북 식량 지원 창구를 일원화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경제개혁 이행을 식량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오늘 한 북한인권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는데요, 관련 소식을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4일 서울 4.19 혁명 기념도서관에서 '북한 식량난의 진실과 해법, 대북 식량 제공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식량난의 근본원인과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일시적이고 폭력적 요인에 의해 대량 아사자를 낳는 기근과 만성적 요인에 의한 빈곤을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북한 식량상황은 만성적 빈곤 상태"라고 규정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주민 대량 아사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대량아사설'이 갖는 오류는 현실적으로 근거가 희박한 기근의 발생 가능성을 과장해 언제나 문제를 단기적인 긴급구호 문제로 몰아갔다는 점입니다, 해마다 물량주의적인 대규모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는 겁니다."

이와 함께 2007년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총액은 1998년보다 금액 면에서 10배나 증가했지만 그만큼 북한의 인도적 상황이 개선되지 못한 점을 들며 긴급구호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의 근본원인이 북한의 체제 문제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의 지속되는 식량난은 총알을 중시하는 선군정치 체제와 폐쇄적인 우리식 사회주의 때문이므로 경제발전을 우선하는 체제로 개발체제를 바꿔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 연구위원의 주장에 공감을 나타내며 북한 식량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경제개혁을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상습적으로 해외 구호양곡에 의존해 왔지만 식량난은 일시적이 아닌 만성적 현상이기 때문에 일시적 대책인 양곡 지원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의 기근은 생산량 감소와 수입부진으로 이른바 식량획득 권리의 총량이 부족한데다 분배가 특권층과 군 등에 편중돼 이뤄진 때문"이라며 "구호식량 제공이나 비료공급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 교수는 북한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대북 식량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북한 당국의 경제개혁 조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대북 식량 지원의 기본원리는 한국 정부가 모든 대북 식량지원국 또는 단체와 협의체를 결성해 식량 지원 창구를 일원화해야 됩니다, 그리고 북한이 모자라는 식량을 스스로 구입할 능력을 갖추도록 경제개혁 조건을 제시해 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식량을 제공해야 합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과 연계해 북한 소식을 전해 온 일본언론인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아시아프레스' 대표는 소식통들의 취재 내용을 인용해 "현재 북한은 1996년 이후 최대 위기인 것으로 보이며 많은 수는 아니지만 넓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십만의 아사자가 발생할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번 식량난은 북한 권력층 주변의 상인들이 장마당 즉, 시장에서 더 높은 이윤을 취하기 위해 공급을 줄이는 바람에 빚어진 시장의 혼란이 큰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금년이 식량난이 예상되니까 감자를 심어라 이런 지시문이 중앙에서 지방에 내려왔습니다, 그것이 시장에 대한 사인이 된 거죠, 장사꾼들에게 금년에 쌀이 돈벌이가 된다는 사인이 된 겁니다. 쌀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상인들, 이들은 권력층 주변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시장에 대한 공급량을 줄였다고 판단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에 대한 별다른 외부 지원이 없었던 지난 6월 초에 한 때 킬로그램 당 4천5백원까지 올랐던 쌀값이 갑자기 2천원대로 떨어진 현상도 정보가 빠른 권력측 주변 상인들이 물량을 푼 때문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지금 북한의 곡물가격은 지역차가 큰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외부의 식량원조가 얼마나 이뤄질지, 북한에 대한 무역 억제가 얼마나 해제될 것인지 등이 앞으로 주시해야 할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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