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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지원국, 적성국 교역법 어떤 제재 담고 있나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하고,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미국 의회에 통보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대외무역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해제를 요구해 왔던 이 두 제재 조치가 무엇이고, 어떤 규제들을 담고 있는지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이 20년만에 테러지원국에서 이름을 빼게 됐는데, 우선 테러지원국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답: 미국 정부는 지구촌의 테러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 테러단체를 지원한 나라들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테러단체들이 활동하려면 자금, 무기, 안전한 장소 등이 필요하겠죠. 이런 자원과 물질들은 대개 테러지원국으로부터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일부 나라들이 핵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테러단체에 건넬 경우 엄청난 파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문: 북한은 언제부터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습니까?

답: 미국 국무부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두 다섯 나라, 즉 북한과 이란, 시리아, 수단,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계속 올렸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을 계기로 이듬 해인 1988년 1월 테러지원국에 지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후 테러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 게 없다고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테러지원국에 올린 이유로 일본인 납치 문제와 1970년 일본 항공의 요도 호 여객기를 공중에서 납치한 적군파 요원 4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것 등을 들고 있습니다.

문: 테러지원국에 오른 나라들이 받는 제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답: 미국은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대부분의 물품 반입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요. 우선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대상국에 미국 군수품의 수출과 판매를 금지하고 금융 지원도 차단합니다. 특히 군수품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민수용 물자의 수출도 엄격히 제한됩니다. 예를 들어 올해 안에 개교할 것으로 알려진 평양과학기술대의 경우 컴퓨터 등 관련 물품을 북한으로 갖고 가야 하는데 이 규정에 발이 묶여 반입이 금지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개교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문: 금융이나 상업 목적의 수출도 상당한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아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상대국에 대한 상업용 물품의 수출은 수출관리법에 따라 30일 전 미국 의회에 통보하고 수입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런 엄격한 통제를 극복하고 기업인이 테러지원국과 무역을 해도 소득세법에 따라 투자소득의 이중과세 면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상대국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죠. 그밖에도 이들 나라에 대한 대출 보증과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관의 지원도 차단되며, 테러지원국을 원조한 나라에도 부분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어 사실상 국제사회와의 교역 통로를 막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적성국 교역법은 무엇입니까?

답: 적성국 교역법은 지난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교전 중인 적대국가와의 무역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북한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받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당시 수출통제법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금지와 함께 해외자산에 대한 규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이후 법 개정을 통해 적용 대상을 완화했고 지금은 북한과 쿠바 두 나라만 이 법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실 지난 1994년 제네바 북 핵 합의와 1999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합의 이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수출 규제를 크게 완화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테러지원국 지정에 발이 묶이면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문: 그럼 적성국 교역법은 상대국에 대해 어떤 제재 조치를 담고 있나요?

답: 미국의 금융기관과 직접적인 거래를 할 수 없구요. 미국 내 자산도 동결됩니다. 또 선박과 항공의 소유, 전세, 보험 거래 등을 전면 금지하고, 상품 수출입의 경우 사전승인을 받은 뒤에만 반입 반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예로 얼마 전 평양소주가 미국 진출에 성공했는데요. 이 역시 최근 미-북 간의 관계 개선의 영향을 받아 엄격한 절차 끝에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까다로운 규정이 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클린턴 전 행정부 시절 상당한 규제들이 완화됐고, 일부는 테러지원국 관련 제재 조치와 겹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문: 부시 대통령의 이번 조치로 북한이 사실상 미국의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벗어나게 됐는데요.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까?

답: 금융과 교역, 경제 지원에 대한 여러 규제가 철폐됨에 따라 북한의 대외거래가 상당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수출입과 물품 반입, 반출의 경우 까다로운 허가제를 적용 받지 않아도 되구요. 신소재, 전자, 컴퓨터, 통신장비의 북한 반입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 교역법 외에도 북한에 대한 제재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레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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