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4 북한과 제네바 기본합의를 성사시켰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오늘 서울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한에 대해 핵 문제를 지금의 부시 행정부와 협상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또 북한 정권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17일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북 핵 문제 전망과 한미동맹의 미래’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북 핵 협상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타협을 희망하는 만큼 북한은 부시 대통령과 결말을 짓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94년 자신이 주도해 관철했던 미국과 북한 간 기본합의를 북한이 위반한 데 대해 “난감하게 생각한다”며 “북한은 검증과 사찰 문제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핵무기 비확산
문제와 관련해선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핵 물질이나 기술 등을 확산시키는 일을 벌인다면 미국은 북한 정권에 대해 재앙적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갈루치
전 차관보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핵 문제 해결 이외에도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현재의 북한 정권은 미국과의 수교를 원할 경우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마이클 그린 미국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미.한 두 나라 동맹에 영향을 미칠 앞으로의 변수들을 제시했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그린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폭넓고 긍정적인 합의를 했지만 앞으로 몇 가지 변수에 직면할 수 있다”며 중국의
군 현대화와 세계전략,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미-한 자유무역협정
FTA에 대한 부정적 시각,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을 주요 변수로 꼽았습니다.
그린 교수는 특히
지난 달 한-중 정상회담 때 합의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대해 우려 섞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린 교수는 “중국의 군 현대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의 전통적 사고방식으로 국제관계와 경제를 바라보는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가 미국과 한국이 추구하는 규범과 계속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선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한-미 정상이 합의한 전략동맹과
한-중 정상회담 때 합의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상충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일본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 설정에서 같은 표현을 쓰고 있으며 이미
한-미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 격상에 대한 오해는
불필요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린 교수는 또
“합동작전 수행 능력이 유지되지 않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은 미-한 두
나라 안보 능력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