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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납치 발단에서 재조사까지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재조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그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북-일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일본인 납치 문제의 발단에서부터 재조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일본인 납치 문제의 배경부터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민간인들이 사라지는 의문의 행방불명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일본 당국은 집중적인 수사와 탈북한 북한 공작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행방불명자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본은 1991년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북한에 납치 문제를 제기했지만, 북한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문) 그러다가 북한이 처음 납치 사실을 인정한 것이 제1차 북-일 정상회담 때였죠?

그렇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의 제1차 북-일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일본 민간인 납치 사실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 공작원들이 일본 민간인 13명을 납치했으며, 그 가운데 8명이 사망했고 5명이 살아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관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한편, 피해자 가족의 면회와 일본으로의 귀국 편의를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문) 북한은 김 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 달인 10월에 생존자 5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죠. 하지만 일본인 납치 문제는 해결은 커녕 오히려 더 악화됐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네,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북한은 13명을 납치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17명을 공식 납치피해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북한이 사망했다고 밝힌 8명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은 납치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추가 송환과 진상 규명, 납치 용의자 신병 인도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생존자와 그 가족을 귀국시켰고, 사망 피해자에 대해서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납치 사건은 이제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북한과 일본은 그동안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해 납치 문제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죠?

그렇습니다. 200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북-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2004년 8월과 9월, 11월의 실무자 협의, 2006년 2월의 북-일 포괄병행 협의, 2007년3월과 9월의 북-일 관계정상화를 위한 6자회담 실무회의 등을 통해 계속 납치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피해자의 귀국과 진상 규명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납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는 일본의 입장과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된 문제이며 일본은 과거 청산을 회피하기 위해 납치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문) 이로 인해 북한과 일본 두 나라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특히, 대북 강경파인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은 6자회담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대북 지원도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어 등장한 후쿠다 야스오 총리 정권은 보다 유연한 자세로 대북 협상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지만, 역시 납치 문제에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4월 북한에 대한 제재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등 두 나라 사이의 경색관계를 풀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일본을 6자회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본은 납치 문제를 이유로 6자회담 합의에 따른 대북 지원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도 납치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문) 하지만, 미국은 납치 문제와 무관하게 테러지원국 해제를 진행할 것임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이 최대 동맹국인 일본의 요청을 무시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달 말 베이징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 측도 미국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이번 베이징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 나온 것도 미국이 설득한 결과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문) 그러니까, 북한이 이번에 재조사에 합의한 것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기 위한 조치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자, 앞으로 납치 문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텐데요, 어떤 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까?

네, 북한이 납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인 피해자 4명에 대한 조사와 함께, 북한이 사망했다고 주장한 8명의 생사 여부를 밝히는 데 재조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메구미의 것이라고 일본에 보낸 유골의 진위 여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앞으로 재조사 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될텐데요, 북한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응할 것인지, 또한 일본 내 여론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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