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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김정일 후계자 2012년에나 가시화될 듯’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평양에는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보고서가 서울에서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아직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징후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후계 문제가 거론되는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동아일보'는 지난 2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북한에는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김 위원장의 둘째 아들인 김정철과 매제 장성택 등이 유력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누가 유력하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후계 구도에 대한 보도는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간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를 둘러싼 추측성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는 배경에는 김 위원장의 ‘나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자신이 62살이던 지난 1974년 아들 김정일을 후계자로 지명했습니다. 당시 김정일은 32살이었습니다. 아버지 김일성 주석에 비교하면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 지명 시점을 크게 늦추고 있는 셈입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66살입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아들 승계론’과 ‘시기상조론’두 가지 주장을 해왔습니다. 아들 승계론은 말 그대로 김정일 위원장이 조만간 자신의 아들 중 한 명을 후계자로 지명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특히 이 주장은 한국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지난 2002년부터 김 위원장의 둘째 아들인 김정철이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부사정에 밝은 서울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북한 지도부는 아직 후계자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정창현 교수에 따르면 북한이 후계 문제를 논의하려면 먼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하나는 미국과의 핵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미-북 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어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식량 문제를 비롯한 경제난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창현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오는 2012년께나 후계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올해 초 공동사설에서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맞이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경제난 극복과 함께 후계 문제를 그 때 논의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정창현 교수는 또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이 후계자가 될 공산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37살이고, 둘째 아들인 김정철은 27살, 그리고 막내 김정운은 25살에 불과합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아들들은 모두 스위스 제네바나 모스크바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이는 ‘주체’를 내세우는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되기에 불리한 정치적 배경이라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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