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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국제기구 통한 대북 식량 지원 고민 중


미국과 북한 사이에 북 핵 문제가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기 위해 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했지만,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사이에선 이 방안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 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한국의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기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지금 WFP 통해서 그 동안 계속 지원을 해왔는데 북한의 그런 어려움이 있을 경우, 지금 현재로선 북측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있습니다만 그러나 실질적으로 국제기구를 통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이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그런 선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는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도 북한이 먼저 요청을 해야 지원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정부는 이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북 핵 문제가 진전되면서 북한에 50만t의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미국에 12일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대표단은 최근 북한을 방문해 식량 지원 문제를 협의하고 돌아온 미국 당국자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대북정책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이 방안에 대해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일부 측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 방안에 대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있지 않죠, 기본적으로 우리가 신중하냐 아니냐 논하기 전에 WFP의 요청이 먼저 들어와야 검토에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요청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한다 안한다 얘기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김 대변인은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이번 대표단의 미국 방문 목적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놓고 이처럼 혼선 을 빚고 있는 데 대해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의 식량난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만큼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면서도 북한의 요청 없인 지원도 없다고 밝혀 온 기존 입장을 스스로 후퇴시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회동 이후 핵 문제가 급진전되고 이달 안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단절 상태가 지속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입니다.

“실질적으로 북 핵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 보니까 식량 비료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싱가포르 합의 등 핵 협상에서 북-미 간 돌파구가 마련되고 진전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식량, 비료 지원을 시작해야 되지 않느냐는 필요성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원 규모와 관련해 적정량 이상의 대북 지원 여부는 이산가족과 탈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 다른 인도적 사안들과 연계해 결정하겠다는 호혜적 입장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쌀 차관형식으로 해마다 지원한 40만-50만t 규모가 인도적 지원으로는 너무 많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도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양을 지원하는 데는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적정량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대북 지원 규모는 북한의 식량 사정을 우선 고려해야 할 문제이지 절대량을 미리 정할 순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같은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그동안 한국 정부가 강조해 온 분배 투명성과 검증 체계 강화 차원에선 기존 차관 형식의 직접지원 방식보다 낫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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