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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신고 문제 5월에 풀릴까?


지난 넉 달 간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있었던 북한 핵 문제에 햇살이 비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영변의 원자로 가동 일지 수천 건을 미국에 제공하고 원자로 냉각탑도 파괴하기로 합의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최원기 기자와 북한 핵 문제의 현 상황과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최 기자, 먼저 북한 핵 문제가 지난 달에 어떻게 전개됐는지 정리해볼까요?

최)지난 달에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2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미-북 잠정 합의였습니다. 북한의 핵 신고 문제를 놓고 네 달 이상 교착상태가 계속되자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달 8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핵 문제 해법을 도출했는데요. 이것이 바로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입니다.

또 다른 사건은 지난 달 24일 있었던 미 중앙정보국 (CIA)의 정보설명회인데요. 중앙정보국은 이날 미 의회에 북한이 시리아의 핵 개발을 도왔다는 정황 증거를 제시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진행자) 문제의 핵심은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라는 ‘배’가 북한-시리아 핵 협력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 같은데, 워싱턴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최)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라는 배가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 정보 공개라는 암초를 만나 좀 흔들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배가 풍랑을 이겨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도출한 미-북 싱가포르 잠정합의에 대해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정리됐습니까?

최)부시 행정부는 미-북 잠정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자 지난 달 22일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을 평양에 보내 핵 신고와 검증 문제를 최종 조율했습니다. 평양에서 이뤄진 미-북 실무회담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관측됩니다.

우선 북한 외무성은 지난 달 24일 성 김 과장과의 실무협의가 “진지하고 건설적으로 진행됐으며 전진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와 관련 워싱턴타임스 신문은 북한이 이 회동에서 영변의 원자로 가동 일지 수천 건을 미국에 제공하기로 잠정합의했다고 1일 보도했습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 신문도 2일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면24시간 안에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파괴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북한이 원자로 가동 일지 수천 건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을 보면 평양이 핵 신고를 결심한 것같은데, 구체적으로 핵 신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됩니까?

최)관측통들은 북한이 조만간 중국에 제출할 핵 신고서는 크게 공개 부분과 비공개 2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공개 신고에는 플루토늄과 관련된 핵 활동 내용이 주로 담기게 될 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플루토늄의 생산량, 플루토늄 생산 핵 시설, 영변의 5MW 원자로 가동 일지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또 이와 별도로 비공개 양해각서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농축 우라늄 문제와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확산 관련 자료가 담기게 될 것입니다.

진행자)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모든 핵 물질과 핵 시설, 그리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는데요, 그 요건이 충족된 것인가요?

최)아직 핵 신고서가 공개되지 않아서 말씀드리기는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미국의 그 같은 요구가 1백% 충족됐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우선 플루토늄 프로그램에서 관련 핵 시설과 플루토늄의 총량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플루토늄을 사용해 만든 핵무기에 대한 신고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관측통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북한의 핵 신고가 임박한 느낌인데요, 핵 신고가 언제쯤 이뤄질까요?

최)지금까지 나온 보도를 종합할 때 미국과 북한은 앞으로 1주 정도 뉴욕채널 등을 통해 핵 신고와 관련된 최종 조율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후 북한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할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은 이 신고서를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회람시킨 뒤 5월 말께 6자회담을 열 것입니다. 만일 이달 중에 6자회담이 열리면 이는 지난 해 10월 이래 7개월만에 열리는 것입니다.

진행자)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는 어떤 순서에 따라 진행될까요?

최)관측통들은 미국의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

핵 신고와 정치적 보상의 자세한 시간표를 짜놨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도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중단하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의회에 통보할 것입니다. 또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 그로부터 24시간 내에 북한은 영변의 냉각탑을 파괴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북한 핵 문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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