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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피해보상 북한 요구, 실현 가능성 낮아'


북한은 어제 일본 정부에 대해 북한 내 원자폭탄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측의 요구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 원폭 피해 생존자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많이 사망해 그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에 거주하는 원자폭탄 피해자들의 단체인 '조선원자탄피해자협회'의 계성훈 비서장은 22일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 의료 지원 등을 요구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계 비서장은 북한 내 원폭 피해자들이 고령과 각종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들의 자손도 원자병 유전의 영향으로 사회생활에서 각종 곤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습니다.

계 비서장은 원폭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에 보상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신화통신은 전했습니다.

원폭피해자란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국에 의해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말합니다. 당시 원폭으로 인한 한국인 피해자는 7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사망자가 4만 명, 생존자는 3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현재 7천 명이 일본에 남았고, 2만1천 명은 한국으로 돌아갔으며,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은 2천 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은 1957년의 원폭의료법과 1968년의 피폭자 특별조치법 등을 통해 일본인 피해자들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거듭되는 항의와 비난에 직면해 차별적이기는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으로 돌아간 피해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계 비서장은 일본은 지난 2004년부터 원폭 피해자들에게 건강수첩과 확인서를 제공했으며, 외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서는 연간 13만 엔을 지원했지만, 북한 거주 원폭 피해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일본 정부에 원폭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조선원자탄피해자협회는 지난 2006년 4월, 원폭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북한의 요구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0년 3월 일본을 방문한 북한 원폭 피해 관계자들에게 조속한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2001년 3월에는 정부 조사단을 북한에 파견해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또 2002년 4월에 열린 북-일 적십자회담에서 북한 거주 원폭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었고, 2004년 7월에는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의료 지원에서 국가의 차별을 두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어 지난 해 10월에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거주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을 방문해 의료혜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불거진 후에는 두 나라 정부 간 대화통로가 사실상 막혀 문제 해결 전망이 더욱 어두운 상황입니다.

이처럼 지원이나 보상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몇 년 사이에 북한 거주 원폭 피해자 상당수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01년 조사 당시만 해도 전체 피해자 1천 9백11명 가운데 약 9백28명이 살아있는 것으로 집계됐었지만, 이번에 조선원자탄피해자 협회가 밝힌 생존자 수는 3백 82명에 불과해 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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