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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제안 성사될까?


미국을 방문중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톤에서 제안한 남북한 상설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을 놓고 한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안의 형식과 내용 그리고 실현 가능성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이 대통령의 남북대화 의지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한 당국간 경색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제안이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면서 남북관계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상설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은 지난 2000년과 2007년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남북장관급 회담에 즈음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꾸준히 제안했던 것으로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한국 내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과거 한국 정부로부터의 비슷한 제안을 거부했을 때보다 오히려 지금의 남북관계가 더 얼어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번에 제안한 연락사무소는 양측 최고위층의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사실상 최고위급 대화통로여서 과거 이보다 낮은 수준의 연락사무소조차 거부했던 북측이 선뜻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전문가들이 평가를 달리하는 부분은 당장의 실효성보다 이번 제안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 연구소 김성배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제안이 남북대화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하게 보여 준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앞으론 정상적인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대화채널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하나의 가시적인 형태를 보여준 것으로 생각하구요, 또 최근 정세와 관련해 보면 북핵 문제가 진전돼도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되는 이른바 신 통미봉남의 우려가 쭉 있었는데 남북관계를 이명박 정부도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차원을 보여주구요”

김 연구위원은 “이번 제의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냉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북측이 거부반응을 보인다 하더라도 향후 남북관계에서 한국 정부에 유리한 명분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형식면에서 북한측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방식이 상대방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보다는 일방적 자기 선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남북간 대화 혹은 제안을 할 때 상당히 전략적 판단이 요구됩니다. 어느 정도 남북간 조율 상태에서 제안했다면 긍정적인 제안이지만, 그것이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 제안이 거부됐을 경우에 이것은 일방적인 제안, 일방적인 선전의 방법으로 북측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적절한 제안인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생각과는 달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보단 남북관계 경색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의 진전과 함께 남북문제를 새롭게 접근하려는 시도로 보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북한체제를 존중하는 6.15 공동성명,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분명한 입장표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북핵 6자회담 미북 수석대표간 싱가포르 합의에 따른 핵협상 진전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 연구위원은 “이 대통령의 ‘비핵 개방 3천’ 구상에서 가장 큰 강조점이 비핵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핵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기존 남북정상간 합의 사항을 과감하게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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