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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국인들, 교황 베네딕토 16세 크게 환영


전 세계 로마 카톨릭 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지난 15일 부터 6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교황 즉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맞아 미국이 들썩인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환영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갈림길에 선 미국 카톨릭 교회의 현실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먼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미국 방문 일정부터 소개해 주시죠.

답) 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15일 오후 4시 경 워싱턴 인근의 앤드류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5박 6일 간의 워싱턴과 뉴욕 방문 공식 일정에 들어갔습니다. 교황은 16일, 백악관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합니다. 교황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것은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미 카터 대통령과 회담한 후 두 번째입니다. 또한 교황은 이날 미국 카톨릭 지도자들을 상대로 연설할 예정입니다. 이어 교황은 17일에는 타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날스의 홈구장인 내셔날스 파크에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할 예정입니다. 교황은 18일에는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 본부에서 연설하고 뉴욕의 유태교 성직자 및 신자들과 대화할 예정입니다. 교황은 또한 20일까지 뉴욕을 방문하는 동안, 9.11 테러공격의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할 계획이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에 대규모 군중 미사를 집전할 예정입니다.

문)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맞아 극진하게 대접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부시 대통령 내외는 앤드류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 교황을 영접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물론 역대 미국 대통령이 외국 귀빈을 맞기 위해서 비행기 도착 현장에 가서 기다리는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합니다.

또한 16일에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리는 교황 공식 환영행사도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 중 최대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니다. 환영식에는 모두 1만2천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같은 숫자는 지난 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미국 방문 환영식 당시보다 5천명이나 많은 것입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16일 저녁 백악관에서 81세를 맞는 교황의 생일을 축하하는 성대한 만찬도 주최하는데요, 공교롭게도 교황은 같은 시간에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열리는 미국 내 주교들의 기도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만찬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 일반인들의 환영 열기도 뜨겁다면서요?

답) 네, 교황이 머물고 있는 이 곳 워싱턴에는 미 전국의 카톨릭 신자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시내 곳곳의 상점에는 티셔츠와 엽서, 기도용 카드, 인형 등 베네딕토 16세 교황 관련 기념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워싱턴 내셔날스 홈구장에서 대규모 야외 미사가 열리는 17일에 환영인파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미국 언론들은 이날 워싱턴 일대에서 교통대란이 발생했던 4년 전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장례 행렬 때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교황에 대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교황의 이동 경로가 비밀에 부쳐진 채 워싱턴 도로 곳곳이 폐쇄돼 있으며, 경호 병력도 대폭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워싱턴 인근 지역의 비행기 운항 횟수도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이런 환영 분위기 속에서 미국 카톨릭 교회의 현실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카톨릭 신자수는 약 6천7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일반 평신도들은 교황의 방문에 흥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카톨릭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신부 부족 사태를 들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의 경우 미국 카톨릭 교회 가운데 17%이상이 전담 신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신부 부족율이 24%에 달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다른 나라들은 앞으로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 2005년의 경우 30년 전에 비해 신부 서품을 받는 사람의 수가 40.8 %나 떨어졌습니다.

이밖에도 카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문 사건으로 인한 카톨릭 교회 지도부에 대한 신뢰 하락, 미국 중서부와 동북부 지역의 카톨릭 교회 쇠퇴 등도 미국 카톨릭 교회의 위기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은 교황의 미국 방문이 이같은 위기가 해소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 이와 관련해, 여성들의 역할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요?

답) 신부 부족 사태 때문에 한 신부가 여러 교회의 미사를 집전하는 대신 평신도들이 특별 교육을 받은 후 행정적인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요, 특별 교육을 받은 3만명 이상의 사람들 가운데 80%가 여성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조사에 따르면 교구의 행정직을 차지한 여성의 비율이 거의 절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처럼 여성들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 1983년에 교회법이 개정되면서 한때 성직자들만 맡을 수 있었던 일은 평신도들이 맡을 수 있게 되면서 부터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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