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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탈북 여성들의 자녀들 교육 기회 못받아' - HRW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들의 많은 자녀들이 합법적인 신분이 없어 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국제 인권 단체가 밝혔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휴먼 라이츠 워치는 14일 발표한 새 보고서에서 탈북자 2세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중국 정부는 탈북 여성들의 자녀들에게 호구를 허용하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14일 ‘법적 신분과 교육의 기회로부터의 소외’ 란 제목으로 중국 연변 지역에 살고 있는 북한 여성들의 자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현지 조사를 통해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20여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탈북했거나 중국 국적 남성과 탈북여성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이 호구(거주자 등록증)가 없어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등 무국적자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부 자녀들은 중국 아이들의 신분증을 빌리거나 호구를 사서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신분 노출을 우려해 매우 불안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연구원은 중국 국내법상 취학 연령대의 모든 아동이 성별 국적. 혹은 인종과 무관하게 9년간 무료 의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아이들은 중국 국적법에 의거해서 아버지가 중국인이고 중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중국 시민권이 있어야 되는 아이들인데, 그런 시민권을 얻는 절차를 밟다 보면 중국 정부가 불법 체류자로 보고 있는 북한 출신 어머니가 드러나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당할 수 없어서 아이들을 등록 못시키고, 그래서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중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과 난민협약 등 주요 인권협약의 가입국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7조는 가입국의 영토 안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은 해당국 정부가 아동의 신분을 보장토록 명시하고 있으며, 중국 국적법 4조는 부모 중 한 명이 중국인으로 중국 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동으로 중국 국적을 취득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그러나 인구 증가 억제 등을 이유로 부모의 신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호구 등록을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연변의 현지 소식통들은 북한에서 태어난 후 중국으로 건너 온 아동들은 미래가 훨씬 더 막막하다며 불법적 방법으로 호구를 사서 학교에 다니는 방법 밖에는 달리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일레인 피어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보고서 관련 보도문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늘고 있는 것은 중국에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한다”며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극단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용인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보고서는 또 중국인 아버지와 탈북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호구를 얻으려면 어머니가 체포됐거나 도주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이를 증명하는 세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며, 일부는 이를 위해 뇌물까지 받혀야 하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북한 출신인 어머니가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됐거나 다른 삶을 찾아 떠나면서 남게 된 어린 자녀들이 남 다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엄마가 잡혀간 아이들을 보면 굉장히 조용해요. 옆에 있어도 빤히 쳐다보고, 행동하는 게 굉장히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굉장히 주눅들어 있다고 할까요? 얘기 뭔가 깊게 상처를 받은 아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아요.”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런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인 중국내 탈북 여성들의 자녀 수가 수 천에서 수 만명에 달한다며, 중국 정부는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특히 부모 중 한 명이 중국 국적일 경우 조건 없이 호구 등록을 허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중국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과 자녀에 대한 체포와 강제 북송을 중단하는 한편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이 탈북자 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접촉을 중국 정부가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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