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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국인들, 경제 침체로 ‘은퇴 못 해’


미국 내 시사 동향과 화제들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은퇴 연령에 도달할 많은 미국인들이 은퇴를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주택 등 부동산 가격 하락과 주식 가격 하락 등 미국 경제 침체의 여파로 은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이처럼 미국인들이 은퇴를 연기하고 계속 일을 함으로써 고갈 위기에 처한 사회보장기금의 부담이 완화되는 장점이 있지만, 또한 일부 산업분야에서는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실업율이 증가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엠씨 = 이연철 기자, 당초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올해부터 대규모 은퇴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전망하지 않았습니까?

이= 그렇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나 인구 전문가들은2차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처음으로 만 62세에 도달하는 올해부터 대규모 은퇴 행렬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년퇴직이라는 개념이 없는데다 나이를 이유로 차별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는 미국에서 은퇴 연령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사람들은 사회보장제도 아래서 은퇴 연금을 수령할 자격이 처음 주어지는 62세를 은퇴 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수는 약 7천8백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기 때문에 이들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하기 시작하면 일할 사람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55세 에서 64세 사이의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99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의 경우에는 전체의 64.8 %로 지난 해 4월에 비해 1.5% 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65세 이상의 노동인구도 16.2%로 0.2% 포인트 늘었으며, 지난 3월달에도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엠씨 = 미국인들은 은퇴 후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안락하게 지내는 것을 중요한 아메리칸 드림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데요, 이처럼 은퇴를 늦추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네, 가장 큰 요인은 은퇴 자금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정부가 제공하는 연금 만으로는 은퇴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은 뮤추얼 펀드 등 주식투자를 통해 은퇴자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위기에 따른 신용 경색 등으로 주가는 지난 해 10월에 비해 15.5% 나 하락하는 등 5년 반 만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중한 은퇴 자산 가운데 하나인 주택 가격도 지난 한 해동안에만 10% 이상 하락했고 앞으로도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가리켜 1920년 대의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주식과 부동산 등 은퇴를 위한 자산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으로써 할 수 없이 은퇴를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은퇴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크게 줄어든 것도 사람들이 은퇴를 늦추는 한 가지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1988년과 2007년 사이에 은퇴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대기업의 비율이 50%에서 33%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 아래서 은퇴자들에게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가 제공되는 65세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업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다달이 은퇴 연금을 지급하던 전통적인 의미의 연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크게 줄어든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은퇴 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한 사람들도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은퇴를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엠씨 =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은퇴를 미룬 사람들이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이=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경제 침체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분별한 대출 관행과 느슨한 규제를 지적하면서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사람들은 현재의 많은 경제적 문제들은 부시 행정부 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과 주택 가격 하락, 유가 배럴당 1백 달러 등 이 모든 것들이 경제 관리를 잘못해서 초래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사람들은 평생동안 일한 다음 이에 대한 대가로 은퇴 후에는 편안한 여생을 보내야 하는데, 그럴 권리를 박탈당한 것에 좌절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엠씨 =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늦추면서 뜻하지 않았던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다면서요?

이= 그렇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그로 인해 실업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미국의 실업율은 4.8%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지난 몇 달 사이에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노인 노동인구들이 은퇴하지 않고 계속 일함으로써 젊은이들과의 일자리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특히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비숙련 노동분야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은퇴를 늦추는 것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첨단 과학 기술 분야 같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일함으로써 노동력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노년층을 위한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와 은퇴 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이 오는 2014년에는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은퇴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은퇴를 늦추고 계속 일함으로써 사회보장기금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장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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