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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명박 대통령 ‘역도’ 비난


북한은 오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고 비난하며,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000’도 전면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이 한국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직접 비난한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며, 8년만의 일입니다. 북한은 이처럼 연일 대남 비방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반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몰아세우며 대남 공세의 고삐를 조였습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000’ 구상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공격을 가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 "이명박 정권은 그 무슨 대북정책 추진 4대 원칙이라는 것을 내걸고 6.15 이후 좋게 발전해 온 북남관계의 문을걸어매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이 반북 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 뿐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원 글’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 대통령의 집권으로 북남관계의 앞길에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조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한국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해 비난한 것은 새 정부 들어 처음이며, 김대중 대통령 시절 이후 8년만의 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역도로 몰아부친 것도 그나마 북한이 남한 지하당이라고 주장하는 유령단체였다는 점에서 공식매체를 동원한 한국 대통령 비난은 김영삼 정부 시절 이후 처음 다시 등장한 셈입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관계 연구실장은 북한이 이 대통령을 역도로 매도하고 나선 데 대해, “북한이 한국의 현 정부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역도란 표현은 매국노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구요, 그야말로 미국하고 붙어서 북한을 반대하는, 그래서 결국 조선을 반대하는 그런 세력이라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이 역도란 표현을 쓰게 되면 남한 정부는 결국 타도의 대상, 붕괴의 대상, 더 이상 대화의 대상으로 간주될 수 없겠죠.”

정 실장은 특히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논평원 글이라는 발표 형식에 주목하며, “이는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섣부른 대응으로 북한의 계산된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 아직까지 북한의 정확한 진의나 의도가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왜 이런 발표를 하게 됐는지 정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한 관계자는 “국가원수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태도로 본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여당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회에 남북관계를 다시 한번 재정립해서 핵 문제 등 이런 것은 분명히 짚을 것은 짚으면서 가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노동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 이외에도 이명박 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000’구상도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비핵.개방.3000’을 ‘반동적인 실용주의’라고 평가절하하고 “북 핵 포기 우선론은 북남관계도 평화도 부정하는 전쟁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개방 넋두리는 반북 대결을 고취하려는 반민족적 궤변”이라며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북한주민 1인당 소득 3천 달러 구상에 대해선 “우리에 대한 모독이고 우롱이며 사탕발림 얼림수”라고 일축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으로 강조한 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대응해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과 함께 7.4 남북 공동성명을 거론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기본합의서의 비핵화 정신에 강조점을 둔 반면 북한 측은 7.4 공동성명의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에 담긴 상호 존중의 정신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 사무소 한국 당국자 전원 퇴출,서해상 미사일 시험발사, 한국 합참의장 발언에 대한 비난, 그리고 이번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 등 연일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공세에 대해 한국의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은 출범 초기인 이명박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정치공세로 보고 있습니다.

국방연구원 백승주 국방현안팀장은 “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 간 긴장고조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흔들려는 정치공세”라며 “이런 가운데서도 민간교류는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남북 간 전면적인 관계 단절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백 팀장은 이 같은 대남 공세는 1차적으로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갈건가에 관심을 집중할 거고, 특히 4월30일에 미 국무부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무조건 법적으로 발표하게 돼 있어요, 그 두 가지를 지켜보면서 거기서 일정하게 체면을 세워주는 쪽으로 되면 그렇고, 지금으로선 4월30일까지는 이 스탠스를 유지할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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