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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지난 1월 한국 국적 탈북 부부 망명 승인


미국 정부가 지난 1월 한국 국적을 가진 탈북 부부의 망명을 승인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이들 부부는 이례적으로 미 이민법원의 재판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망명국 심사만을 통해 망명 허가를 받아 주목됩니다.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44살 탈북 여성 이모 씨와 남편인 46살 유모 씨가 지난 1월 16일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국 (USCIS)으로부터 망명을 승인 받았습니다.

이들 부부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프로젝트' (Human Rights Project)의 주디스 우드 (Judith Wood) 변호사는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북한 함경남도 출신인 이들 부부는 지난 2004년 1월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원해서 한국에 정착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결국 미국 망명을 결심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에 밝혔습니다.

이씨: “어쨌든 한국에는 우리 탈북자들이 많이 오니깐 잘 안써주잖아요. 일자리도 안주고 많이 좀 천대하는 그런 스타일이잖아요, 한국이. 그러니깐 한국에서는 더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죠.”

이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 2006년 4월 정식으로 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곧바로 망명 신청에 들어가 두 달 뒤인 6월 서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망명국의 인터뷰 심사를 거쳐 지난 1월 최종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망명건은 이민법원으로 넘겨지지 않고 심사 과정만을 통해 승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입니다.

휴먼 라이츠 프로젝트의 우드 변호사는 지금까지 탈북자들의 망명신청을 지원해오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드 변호사는 “망명을 신청하는 사례가 있을 경우 당국은 통상 망명건을 이민 판사에게 넘긴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6년 4월과 7월 각각 망명 허가를 받았던 서재석 씨와 최경옥 씨를 포함해 지금까지 승소한 우드 변호사의 의뢰인 4명은 모두 이민법원으로 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우드 변호사는 말했습니다.

미 인권단체인 쥬빌리 캠페인 (Jubilee Campaign)의 앤 부왈다 (Ann Buwalda) 변호사는 한국 국적의 탈북자가 “미국에서 망명 승인을 받으려면 한국에서 박해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왈다 변호사는 “망명국은 망명 신청인이 입증책임 (burden of proof)을 다했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이민판사에게 넘기지 않고도 망명 승인을 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미국행은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지난 2004년 발효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부왈다 변호사는 그러나 망명건들은 기밀사항이고 이민당국 결정의 법적 근거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망명 승인이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이뤄졌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씨 부부의 경우와는 달리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는 지난 해 4월 한국 국적 탈북자 2명의 망명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로부터 정착금까지 받은 이들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탄압받은 증거가 없다며 이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휴먼 라이츠 프로젝트의 우드 변호사는 이 사건 이후 탈북자들이 더 이상 망명 신청을 하지 않고 있어 신청 건수가 1백여 건에 계속 머물러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망명 승인을 받은 이 씨 부부는 1년 뒤면 영주권을 신청하고, 영주권 취득 후 5년 뒤에는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됩니다.

이씨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품점에서 한국 반찬을 팔면서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뒷바라지 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얼마전 피부미용 자격증도 취득했다면서, 앞으로는 이 일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씨: “힘은 들어도 하루에 12시간, 10시간씩 넘게 일해도 보람은 있어요. 누가 뭐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고 나만 몸이 좀 안좋죠. 북한에서 감옥을 거쳐 많이 좀 힘들었으니깐 건강은 안좋아요. 허리랑 많이 아프지만 마음은 편해요.”

기독교 신자인 이 씨는 북한에서 집에 있던 성경책이 당국에 의해 발견돼 감옥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당했다고 우드 변호사는 말했습니다.

이 씨는 현재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두 딸에게 열심히 번 돈을 부쳐주고 있습니다. 이 씨는 딸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해 완전히 한국 아이들이 다 됐다며, 아직까지 미국에 오겠다는 말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가끔 한국이 그리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씨: “어떨 때는 고향이 그리울 때는 한국이 그래도 우리말이 다 통하니깐 한국 생각이 더 나고 이북 생각도 나고. 또 혼자 외로울 때는 어쩌다 한국 생활 생각이 많이 나지만 일할 때는 또 미국이 낫고. 일자리는 여기는 중국 사람도 많고 한국에서 온 사람도 많으니깐 나만 잘하면 되니깐. 그런 건 여기가 더 낫고.”

이 씨는 앞으로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집세, 전기세, 물세를 내가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소리, 손지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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