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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축구 서울 경기 인공기 허용 논란 가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남북한전이 한국의 태극기와 애국가 사용을 북측이 불허함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개최지가 당초의 평양에서 중국 상하이로 변경됐지만, 한국에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쟁점은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한전에서 북한의 국가와 인공기 사용을 허용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남북한전 개최지가 우여곡절 끝에 제3국인 중국 상하이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한국에선 그에 따른 논란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새롭게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은 지난 10일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이 행한 발언이었습니다. 정 회장은 오는 6월 2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남북전에서 인공기 게양과 북한 국가 연주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경기를 할 경우엔 우리가 여태까지 해 왔던 것처럼 원칙적으로 북한의 인공기도 게양하고 북한의 국가도 연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한국의 일부 보수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라이트 코리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14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북한이 평양 남북전에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그럼에도 우리가 북한의 인공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용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이트 코리아 봉태홍 대표입니다.

“우리가 북한 체제를 인정하자 하는 그런 인공기 허용 ,북한 연주 허용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대한체육회 정몽준 회장의 개인적인 잣대로 북한 인공기를 허용하자 이렇게 발언한 것은 그야말로 북한 독재체제를 그대로 인정하자는 그런 망언으로 간주하고 우리는 정몽준 회장이 인공기 허용 북한 국가연주를 허용하자는 발언을 취소할 것을 우리는 촉구하는 바입니다”

봉대표는 또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북한 인공기가 게양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6.25남침 피해유족회 등 4개 보수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 회장의 발언을 “국민정서를 무시한 만용”이라고 규정하고 “헌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회장이 국제축구연맹 원칙을 들어 인공기. 북한국가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감상적이고 순진한 발상”이라고 성토했습니다. 한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정 회장에 대한 성토의 글이 상당수 올라와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대 스포츠 경영학과 김동선 교수는 이명박정부의 보수적 성향으로 미뤄볼 때 인공기와 북한 국가 허용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될 경우 서울경기에서마저 3국 개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1차적으로 평양에서 그렇게 했을 때 그쪽에선 중국을 얘기했고 우리도 그랬기 때문에 서울경기도 그렇게 가지 않겠느냐,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도 보수단체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정몽준씨 같은 경우도 보수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서울 경기도 중국이 되지 않겠냐”

하지만 보수단체 중심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장의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자칫 작은 명분에 큰 실리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여대 체육학과 박주한 교수는 “정 회장의 인공기 허용 발언은 국제 관례를 존중하는 성숙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이고 특히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인공기를 사용한 적이 있쟎아요 그죠, 또 인공기를 현 정부에서 와서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큰 파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여지고 또 국제관례를 존중해줘야 되고 또 이미 우리가 현재 1민족 2국가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제가 보기엔 허용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수단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가운데도 우리는 국제관례를 존중해서 해 주고 있으니 이제 앞으로 너희들도 해라 이런 하나의 소리가 될 수도 있겠죠”

실제로 정 회장은 “남북이 동시에 최종예선에 올라갈 경우 북한에서 또 한번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북한이 이번처럼 하지 말고 애국가와 태극기를 허용하도록 신중하게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 회장의 ‘인공기 허용 발언’이 축구무대에서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한편 상하이에서 열리게 된 이번 경기에는 북한이 평양 개최를 전제로 불허했던 한국의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의 현지 응원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대한 축구협회는 이번 경기가 1932년 윤봉길 의사의 의거 장소였던 훙커우 공원 옆 훙커우 경기장에서 열리기로 결정된 사실을 국제 축구연맹으로부터 공식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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