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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일본인 납치 김정일 위원장 개입 의혹 제기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어제, 지난 1978년 일본에서 발생한 치무라 부부와 하수이케 부부의 납치 사건은 북한 대외정보조사부의 두 간부가 지시했고, 그 간부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이었다고 크게 보도했습니다. 일본인 납치 사건에 김정일 위원장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요, 사실이라면 북한과 일본의 납치자 문제 해결이나, 국교정상화 교섭 등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도쿄 현지의 차병석 기자를 연결해 이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어제 아사히신문의 보도내용부터 전해주시죠.

답: 어제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1978년 일본의 후쿠이현과 니가타현에서 각각 발생한 치무라 부부와 하스이케 부부의 납치 사건이 북한의 ‘35호실’로 불리는 공작조직인 대외정보조사부에 있던 두 간부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습니다.일본 경찰에 따르면 하스이케 부부 납치 사건과 관련해서는 북한 대외정보조사부 소속 공작원 최승철 등 2명을, 치무라 부부 납치 사건과 관련해서는 같은 조직의 공작원 신광수 용의자를 국제 지명수배한 상태인데요, 바로 이들에게 납치를 지시한 사람이 당시 북한의 대외정보조사부에 있던 이완기 부장과 강해룡 부부장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외정보조사부란 곳이 김정일 위원장의 직속 조직이었고, 앞서 말씀드렸던 납치 지시자 2명이 모두 김 위원장의 측근이란 점인데요, 때문에 아사히신문은 과거 일련의 일본인 납치사건에 김정일 위원장이 직간접으로 개입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문: 그런데 일본 경찰이 이런 사실을 밝히기 위해 북한에 의해 납치됐던 한국 여배우 최은희 씨도 직접 조사했다고 하던데요.

답: 그렇습니다.일본 경찰은 하스이케 부부와 치무라 부부 납치 사건 조사를 위해 비슷한 시기에 북한에 납치됐던 한국 여배우 최은희 씨로부터도 지난달 참고인 진술을 들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최 씨를 불러 진술을 들은 것은 최 씨의 납치를 주도했던 것도 바로 북한의 대외정보조사부였기 때문입니다. 일본 경찰은 최 씨로부터 납치 당시 이 기관이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진술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씨는 지난 1978년 홍콩에서 북한에 납치됐고, 남편인 고(故) 신상옥 영화감독도 역시 홍콩에서 행방불명됐었습니다.두 사람은 북한으로 납치된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영화 제작을 지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평양 등에서 영화 제작 활동을 해오다 1986년3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대사관으로 탈출했었습니다.

문: 어쨌든 일본인 납치사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간접으로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측은 지금까지 일본인 납치에 북한의 최고위층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해왔습니다.지난 2002년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일본인 납치를 “특수기관의 일부 망동주의자에 의한 범행”이라고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납치사건의 구체적인 지시자가 공작기관의 간부라는 사실과 그들이 김 위원장의 측근이었다는 점이 제기됨에 따라 앞으로 일본인 납치사건에 김 위원장의 역할 등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예상입니다.이런 의혹은 앞으로 일본과 북한 간에 진행될 납치자 해결이나 국교정상화 교섭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문: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선 일본과 북한 양측 간에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결을 실마리를 못찾고 있는데요, 문제가 더욱 어렵게 꼬이는 형국이네요.

답: 그렇습니다.일본과 북한 양측은 납치자 문제가 종결된 것이냐, 아니면 계속 진행중이냐는 데에서 부터 시각차가 큽니다. 일본 정부는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모두 17명의 일본인이 북한 정부에 의해 납치됐고, 그 중 5명이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일본에 귀환했기 때문에 현재 나머지 12명이 남아있다는 입장입니다.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들 12명의 전원 귀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나머지 12명중에서 77년 니가타에서 납치됐던 메구미 씨를 포함해 8명은 이미 북한에서 사망을 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사실 조차 없다면서 납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더이상 일본으로 귀환 시킬 일본인 납치 생존자는 없다는 설명입니다.북한 정부가 2002년10월에 납치 생존자 5명을 일본으로 돌려 보낸 것으로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완전히 종결됐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그같은 배경 때문입니다.

문: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선 일본과 북한 양측의 주장도 엇갈리고, 불신도 깊은 상황인데요, 때문에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북-일 간 국교정상화 교섭 등에도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해결 전망은 어떻습니다.

답: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관한 한 북한 정부는 ‘모든 게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반면 일본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로 규명돼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양측이 이런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게다가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납치자 문제 해결을 북-일간 국교교섭 등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 왔기 때문에 양측의 협의가 진전되기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다만 후쿠다 일본 총리가 작년 9월 취임하면서 부터 납치문제를 포함해서 북-일간의 현안을 종합적으로 풀겠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해결 전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그런 와중에 납치자 문제에 김정일 위원장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이 문제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서 문제해결의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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