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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연극 ‘Betrayed’ – 미국을 위해 일하다 곤경에 빠진 이라크 인들의 모습 그려


안녕하세요?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을 위해 일하다 곤경에 빠진 이라크인들에 관한 연극 ‘Betrayed (배신당하다)’에 관해 전해 드립니다. 이어서 유리한 위치란 뜻의 새 영화 ‘Vantage Point (밴티지 포인트)’의 줄거리를 살펴보고, 주연 배우들과 감독의 얘기도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신간안내’ 시간에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대한 여성 작가 30명의 감상문을 모은 ‘서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힐러리 (Thirty Ways of Looking at Hillary)’를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지난 한 주 동안의 문화계 소식 간추려 드립니다.

- 20세기 최고의 테너 가운데 한명으로 불리우던 주세페 디 스페파노가 지난 3일 86살의 나이로 숨졌습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인 디 스테파노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단짝을 이뤄 20여년 동안 함께 오페라 무대를 누볐습니다.

- 링컨센터 재즈극장은 올해 네수히 에르테군 재즈 명성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음악인 네명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올해 영광의 주인공들은 전위 재즈의 일종인 프리 재즈의 선구자 오네트 콜맨, 편곡자 길 에반스, 블루스 가수 베시 스미스, 피아노 연주자 메리 루 윌리암스 입니다.

- 캐나다 영화계 최고의 영예인 지니상 시상식이 지난 3일에 열린 가운데 치매에 걸린 여성과 그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새라 폴리 감독의 데뷔작 ‘그 여인에게서 멀리 (Away from Her)’가 작품상과 최우수 남녀 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런던의 러시아계 폭력조직에 관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동쪽의 약속 (Eastern Promises)’ 역시 남우 조연상과 극본상 등 일곱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뭉크 박물관은 뭉크의 대표작 ‘절규’와 ‘마돈나’의 복원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올 여름부터 다시 두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4년 강도들에게 강탈당했던 두 작품은 2년 뒤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회수됐습니다.

문화계 단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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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하다란 제목의 연극 ‘Betrayed (배신당하다)’가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면서, 미국을 위해 일하다 궁지에 몰린 이라크인 문제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연극은 작가이자 언론인인 조지 팩커 씨가 지난해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했던 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요. 팩커 씨가 직접 극본을 쓴 연극 ‘배신당하다’는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이라크인 통역 세명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 이라크인들은 미국을 위해 통역으로 일한다는 사실이 발각날 경우 무장괴한들의 공격을 받게될 것을 우려해, 마을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하는 일을 숨깁니다. 하지만 미국 대사관의 경비원이나 직원들은 단순히 이들이 이라크인이라는 이유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구요.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신변보호를 해달라는 이들의 요청을 거부합니다.

만약 이들이 미국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결코 안전할 수 없다고 팩커 씨는 말합니다. 팩커 씨는 연극에 나오는 세 주인공은 자신이 이라크에서 만났던 여러 인물을 합쳐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팩커 씨는 미국 정부나 미국의 하청업체를 위해 일하는 이라크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미군 기지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미국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이 탄로날까봐 집에 돌아갈 생각조차 못한다는 것입니다.

팩커 씨는 다른 나라 정부가 이미 수천명의 이라크인 난민을 받아들인 반면 미국 이주 허가를 받은 이라크인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이라크 난민 수용계획을 확대해 올해 1만2천명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팩커 씨는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라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한다고 해도 미국을 돕다 곤경에 처한 이라크인들을 구하는 일은 분명 가능한 일이란 것입니다. 팩커 씨는 뉴요커 지에 기고한 기사가 생각했던 이상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며, 자신이 만난 이라크인들의 삶을 좀 더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연극 극본을 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팩커 씨는 이들 이라크인에게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외부 세계의 눈에는 종파간 싸움을 일삼는 사람들로만 보이지만 이라크인들 가운데는 분명히 종파를 뛰어넘어 우정을 쌓아가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또 미국과 그들 자신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고 팩커 씨는 말했는데요. 팩커 씨는 연극을 감상하는 두 시간 동안 만이라도 관객들이 이들 이라크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극본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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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미국 대통령 저격사건을 그린 영화 ‘밴티지 포인트’가 최근 전 세계 극장에서 개봉돼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습니다. 유리한 위치란 뜻의 이 영화는 테러방지 정책 협약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총격을 받고 쓰러지면서 벌어지는 20여분간의 혼란스런 장면을 여덟 명의 관점에서 되풀이해 보여줍니다.

영화 ‘밴티지 포인트’는 텔레비젼 방송국 조정실에 앉아있는 뉴스 피디의 관점에서 시작됩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잡은 화면이 조정실 모니터에 비치는 가운데, 뉴스 피디는 조정실 직원들과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현장 기자는 역사적인 평화 회의를 위해 각국 정상들이 마요르 광장에 모여드는 장면을 차분한 목소리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미국 대통령이 등장해 연단에 오릅니다.

순간 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미국 대통령이 쓰러집니다. 안전한 곳을 찾아 흩어지는 군중과 즉각 행동을 개시하는 경호원들의 모습 등 현장의 혼란스러운 모습이 조정실 모니터 화면에 비칩니다.

화면을 뒤로 돌리라는 지시와 함께 영화 장면은 23분 전으로 되돌아 가고, 이번에는 대통령 경호 임무를 맡은 수석 경호원의 관점에서 사건이 전개됩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이 23분 동안을 여덟 명의 다른 사람 관점에서 되풀이해 보여줍니다.

수석 경호원으로 출연한 데니스 퀘이드 씨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하나씩 퍼즐을 맞추듯 사건을 이해해 나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퀘이드 씨는 여덟명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면서 과연 누가 범인이고, 왜 이같은 사건이 일어났는 지 관객들이 스스로 풀어나가게 된다고 말했는데요. 텔레비젼 뉴스 피디 역할은 ‘에일리언 (외계인)’ 시리즈로 유명한 시거니 위버 씨가 맡았습니다.

위버 씨는 이같은 영화 구성 방식이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통 사람들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사건을 이해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사건의 중심에 들어가 모든 사람들의 관점을 보여준다며,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위버 씨는 말했습니다.

‘밴티지 포인트’의 감독인 피트 트라비스 씨는 영화가 뉴스 피디의 관점을 제일 먼저 보여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영화의 요지는 사람들이 이같은 사건을 접할 때는 텔레비젼을 통해 보게된다는 사실이라고 트라비스 감독은 말했는데요. 사람들은 기자의 눈을 통해 사건을 보게 되지만 어떤 사건이든 기자가 전하는 그 이상의 것이 있기 마련이라고 트라비스 감독은 말했습니다. 트라비스 감독은 또한 장면을 되풀이해 보여줄 때 마다 다른 사람의 관점 뿐만이 아니라, 카메라 각도와 촬영 방식 등 형식도 다르게 하려고 애썼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밴티지 포인트’에는 데니스 퀘이드 씨와 시거니 위버 씨 외에도 오스카상 수상자인 포레스트 위터커 씨, 스페인의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씨, 베네수엘라의 에드가 라미레즈 씨, 또 한국계 배우 리오나르도 남 씨 등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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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시간입니다.

현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뛰고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만큼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있는 인물도 드물 것입니다. 특히 힐러리 후보를 바라보는 미국 여성들의 시각은 극과 극을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후보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여성들이 있는 가 하면, 남편의 후광에 힘입어 대통령에 출마한 것은 여권운동에 반하는 행동이란 비판도 거셉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관해서는 곧 대학에 힐러리 학과가 생길 지도 모른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책과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미 주간지 뉴요커 편집인인 수잔 모리슨 씨는 최근 여성 작가 30명이 힐러리 후보에 관해 쓴 글을 모아 책을 펴냈습니다.

‘서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힐러리’란 제목의 이 책은 최근 한국에서 ‘힐러리 미스터리’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는데요. 힐러리 후보의 머리와 눈썹, 옷차림에서부터 의료정책,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추문에 대한 반응 등 다양한 관점에서 힐러리 후보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정책 보다는 개인적인 모습이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고, 힐러리 후보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호의적인 시선 보다는 비판적인 것이 더 많습니다.

‘문화의 향기,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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