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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드컵 축구 한국측 원정응원단 난색'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예선 남북한전이 다음 달 26일 평양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북한 측이 한국 측의 원정응원과 국기게양, 국가연주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측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 축구 관계자들은 오는 3월26일 평양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남북전을 앞두고 지난 5일 개성에서 실무자 회의를 가졌습니다.

이 회의에서 북측은 남한 축구대표팀 응원 동호회인 ‘붉은 악마’의 원정 응원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무자 회의에 참석한 남측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북측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남측 원정응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남측에선 1천 명 규모의 응원단을 육로로 파견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했지만 북측에선 전세기편을 이용한 50명 규모의 선수단만을 받아들일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북측은 경기 전 행사인 국가 연주 때 남측의 애국가와 태극기 게양에도 난색을 표명해 남측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이번 남북 실무자 회의에 참석한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부회장은 “국가 간 대항전인 이른바 ‘A 매치’인 경우 국제축구연맹 즉 FIFA 규정에 따라 국가 연주와 국기게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와 국기에 대해서 북측은 아리랑으로 하고 한반도기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공식경기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우리측 입장입니다”

지난 2005년 남한 전주에서 열린 동아시아 대회 남북축구경기에서 인공기를 사용하고 북한국가가 울려 퍼진 선례를 들어 북한도 이 사안만큼은 수용하기 바란다는 게 남측의 입장입니다.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이원재 부장입니다.

“이건 월드컵 3차 예선이에요, 이 부분은 국가 대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우리도 선례가 2년 전에 인공기하고 북한국가 다 울렸듯이 이것은 어디서든 다 해야 하는 부분이죠”

조 부회장은 이 문제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제축구연맹에 조정신청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 규정을 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8월 14일 남한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도 국기 대신 한반도기가 이용된 점 등을 이유로 A매치가 아닌 친선경기로 열린 바 있습니다. 또 당시 경기에서는 붉은 악마도 응원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조 부회장은 “조정 신청으로 국제축구연맹이 자칫 3국에서의 경기 개최로 이 문제를 결론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남측에서도 결코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러나 아직 북측과 대화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장은 “이번 첫 실무자 회의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며 “북측이 추후 회의 일정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음 주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축구대회 와 3월 초순이나 중순 경기장 등 사전답사를 위한 실무단 평양 파견 등을 통해 남북한 관계자 간 접촉이 여러 차례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북측의 태도변화를 기대했습니다.

“정치와 스포츠와 무관한 거니까 저희 입장은 한국과 북한이 동시에 최종예선 올라가서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같이 나가는 게 좋죠, 저희들 입장에선”

붉은 악마 측은 이번 평양 원정응원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그동안 몇 차례 있었던 남북축구 경기 때의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붉은 악마 김정연 간사는 “당일로 오갈 수 있는 흔치않은 원정경기인데다 평양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회원들의 관심이 매우 큰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 간사는 “하지만 남북전이 늘 그랬듯 열띤 응원전을 담백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붉은 악마의 본의와는 상관없이 구설수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한편 남북은 지난 4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 때 3백 명의 공동응원단을 구성해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백 명을 파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에 따르면 응원단은 남북이 각각 1백50명씩 3백 명으로 구성되며 1진 3백 명이 개막식에 맞춰 출발해 대회 중간쯤 돌아오면 2진 3백 명은 폐막식까지 머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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