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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영국 정부 한국에 탈북자 지문 확인 요청 안한듯’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어제 영국 현지취재를 통해 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영국행이 지난해 봇물을 이뤘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현지취재 두 번째 순서로 탈북자들이 어떤 경로로 영국에 가는지, 또 영국과 한국 정부는 이렇게 불법망명을 신청하는 탈북자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영권 기자 나와있습니다.

문: 지난 시간에 영국 내 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실태를 살펴봤는데요. 탈북자들이 이렇게 영국을 찾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답: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브로커들의 과대선전, 둘째는 뭔가를 쉽게 얻으려는 일부 탈북자들의 성향, 그리고 한국사회의 탈북자 차별에 대한 불만과 상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성 망명을 신청하는 탈북자들도 일부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그 가운데 브로커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브로커가 어떻게 탈북자들의 영국행을 조장하는 겁니까?

답: 브로커들도 대부분 탈북자들인데요. 일은 매우 간단합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나와 적당한 숙소를 물색해 주고 어떻게 영국 정부에 망명 신청을 하는지 알려주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이 탈북자 브로커들은 한국 내 조직원들을 시켜 일부러 탈북자들에게 접근해 영국 망명 혜택을 과대포장하며 탈북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고 관련 소식통들은 말합니다. 또 영국에 들어온 탈북자 중 일부가 입국 과정이 쉬우니까 다시 자신이 브로커가 돼 돈벌이에 나서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 앞서 영국 내 탈북자를 3백~3백50명 정도로 추산했는데 어떤 근거로 이렇게 나온 겁니까?

답: 여러 소식통의 말을 종합해 이런 추산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한 언론은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2백45명의 북한 국적 탈북자가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영국의 내무부에 정통한 한 현지 소식통은 4/4 분기에 신청이 쇄도했기 때문에 정확한 신청 규모는 2월 말에 공개되는 2007년 망명통계보고서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탈북자가 배치되는 도시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하면 적어도 4백 명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중도에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3백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탈북자의 영국 내 망명 신청 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답: 영국은 관광 등 단기체류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런 제도를 이용해 런던에 도착한 후 영국 정부의 담당 기관인 내무부에 망명 신청을 합니다. 망명 업무를 담당하는 내무부 건물 앞에 가면 탈북자 말고도 영국에 망명을 신청하려는 많은 나라 사람들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망명 신청이 접수되면 영국 정부는 이들을 영국 각지로 보내 임시숙소에 머물게 한 뒤 다시 지방 정부가 지원하는 임시주택으로 이동, 난민 지위를 기다립니다.

문: 정착 지원금은 얼마나 됩니까?

답: 따로 정착 지원금은 없구요. 일단 망명 신청을 해서 지역에 배치를 받으면 26살 이하 개인의 경우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하는32파운드, 미화로 60여 달러를 매주 받습니다. 망명 신청자는 매주 지정 우체국 등에 가서 서명하고 금액을 받습니다. 연령별로 액수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 후에 난민 비자를 발급 받으면 10 파운드 정도 돈을 더 받는다고 합니다. 비자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취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취업해 월급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정부 지원금과 주택 제공은 끊깁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취업이 힘들고, 시간제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받는 액수와 정부 보조금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 영국에서 일하는 탈북자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문: 영국 정부는 한국과 제 3국에 이미 정착한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국적 탈북자들이 거짓말을 해서 망명을 신청하는 것인데, 영국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영국 정부는 미국처럼 한국 정부에 의뢰헤서 지문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들이 순수 제 3국에서 온 탈북자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망명 지위를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처음 언론에 보도된 지난해 11월 이후 조금씩 내부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항에서 입국 거부율도 높아지고 인터뷰 시간도 과거보다 길어졌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한국 대사관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아직 한국 정부에 지문 확인을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한국 정부에 지문 확인을 요청하면 식별이 금방 가능할 텐데 왜 이런 절차를 아직 밟지 않는 건가요?

답: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내부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국은 특히 북한과 수교국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밖으로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영국 외교부의 극동 담당 부서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국적 탈북자 문제에 대해 물어봤는데 이들은 자초지종을 거의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 담당 부서인 내무부의 직원들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한국 정부 역시 외교적 사안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며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런던 현지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지문 확인을 요청해 올 경우 한국은 적극 협조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소식통은 한국 당국이 이와는 별도로 탈북자들의 영국행을 부추켜온 브로커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일부를 이미 한국에서 체포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영국 내 탈북자들 가운데는 한국 국적이 아닌 중국의 조선족들도 다수 있는 등 여러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는 상태입니다.

김영권 기자와 영국 내 한국 국적 탈북자들에 대한 관련국 정부의 반응 등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내일 금요일에는 앞서 소개해 드렸던 탈북자 김일철 씨를 한국에서 수 년 간 지도했던 관계자와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에 도착한 일부 탈북자들이 다시 영국 등 제3국행을 택하는 데 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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