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영화이야기] 60년간 변함없는 배우 사랑


문: 미국 영화계의 화제와 관심거리를 전해드리는 ‘영화 이야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김근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을 가지고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답: 오늘은 제가 먼저 질문을 좀 드려볼께요. 박은서 씨는 제일 좋아하는 영화배우가 누굽니까? 미국 영화배우 중에요.

문: …

답: … 네. 아마 이 방송을 듣는 애청자 여러분도 유난히 애착이 가는 배우 한 두 명씩은 있을 겁니다. 그런 배우들 영화는 아무래도 더 찾아서 보게되구요. 미국의 ‘해리스 폴’ 이라는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매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를 뽑는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오늘은 지난 15일 발표된 2008년 조사 결과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문: 인기조사니까, 아무래도 누가 1등을 했는지가 궁금해지는데요

답: 네 올해 미국인들이 뽑은 최고의 인기배우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덴젤 워싱턴이 차지했습니다. 덴젤 워싱턴은 미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흑인 남자배우인데요, 지성적인 외모와 또 뛰어난 연기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문: 저도 덴젤 워싱턴의 영화 하면 스파이크 리 감독의 ‘말콤 X’가 가장 먼저 생각나네요.

답: 많은 영화팬들의 1992년작 ‘말콤 X’를 떠올릴 겁니다. 벌써 15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덴젤 워싱턴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한 영화니까요. 실존인물이며,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운동가 ‘말콤 X’를 연기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2001년에는 ‘허리케인’으로 아카데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구요. 아무튼 선한 역할에

문: 사실 미국에 수많은 연기자들이 있는 데 2년 연속 최고 인기 배우로 뽑혔다니,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일 것 같습니다.

답: 맞습니다. 그런데 올해 인기순위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문: 뭔가요?

답: 1위부터 10위까지 9명은 현역에서 활동 중이고, 또 최근에도 대작의 주연을 도맡아 하고 있는 배우들이거든요. 그런데 딱 한 사람, 이미 세상을 떠난지 30년이 다 되가지만 여전히 인기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배우가 있습니다.

문: 누군가요?

답: 미국 서부영화의 영원한 영웅, 존 웨인 인데요. 쟁쟁한 헐리우드의 스타들을 제치고 올해 인기 6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올해만 유독 인기가 많은 것이 아닌데요. ‘해리스 폴’이 이 조사를 시작한 1994년부터, 존 웨인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1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문: 와…작고한지 30년이 다되가는 배우가, 여전히 인기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에도 인기 원로배우들이 있죠. 특히 ‘꽃파는 처녀’의 주인공 홍영희나 ‘피바다’의 주인공 양혜련 같은 인민배우들은 지폐에도 얼굴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화팬들에게 꾸준히 기억되겠죠. 최창수나 엄길선은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원로 남자배우들이구요. 하지만 북한의 인민배우 칭호는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되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존 웨인의 경우는 좀 다르죠. 배우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출연했던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구요, 또 이런 관객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인기순위에도 매년 오르고 있으니까요.

문: 미국 영화사에 남아있는 수많은 배우 중에도 유독 존 웨인이 오래도록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요?

답: 존 웨인이라는 배우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상징성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미국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존 웨인은 한 번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인물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을 상징하는 배우를 물어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거든요.

문: 저도 존 웨인하면, 카우보이 모자에 총을 든 서부 개척기 미국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답: 맞습니다. 존 웨인은 1920년대부터 50여년간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미국 서부영화의 전성기와 인기의 궤적을 같이했습니다. 영화에서도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우직하게 정의를 지키는 그런 선한 주인공의 역을 주로 맡았죠. 화려한 미남은 아니지만 남자다운 외모, 또 큰 체구, 어눌한 듯 하면서도 믿음을 주는 말투는 그가 맡았던 역할과 어우러져서 ‘미국을 상징하는 배우’, 또 ‘미국의 아버지를 상징하는 배우’로 강렬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강조되는 덕목인 개척정신과 성실함에도 맞아떨어지는 캐릭터였구요. 이렇게 존 웨인은 ‘미국’이라는 단어와 맞물려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라는 상징성을 지금도 지니고 있구요, 또 170편이 넘는 많은 작품을 남겼기 때문에 오랫동안 미국인들의 기억에 남아있고 또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문: 말씀을 듣다보니까, 오랜만에 존 웨인의 서부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추천해주실만한 작품 있으면 좀 소개해주시죠.

답: 저는 개인적으로 존 웨인이 존 포드 감독과 함께한 1956년작 ‘수색대’를 제일 좋아합니다. 40대 후반이 된 존 웨인의 물 오른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