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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2단계 조치 연내 이행…사실상 어려워져


북한은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핵 시설 불능화를 완료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도 완전하게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핵 신고의 경우 이제 시한이 20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신고서 초안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2.13 합의에서 정한 북 핵 폐기 2단계 조치의 연내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앞으로 6자회담 합의 사항들의 이행 일정과 전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답: 네) 6자회담 2단계 조치의 연내 이행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북 핵 6자 당사국들은 지난 10월 초 수석대표 회의에서 올 연말까지 2단계 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단계 조치에는 북한의 영변 핵 시설 3곳에 대한 불능화를 완료하고, 또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현재 핵 불능화는 진행이 되고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연내 완료가 어려울 것 같구요, 핵 신고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초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연내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 상황이죠.

문: 최근 보도를 보면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 사이에서도 12월31일 이행시한에 대해 점점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답: 네, 미국은 아직 연내 2단계 조치 이행을 희망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당사국들의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불능화를 성급하게 밀어붙일 수 없다.' 또 '연말이라는 이행시한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도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불능화 시한이 자동 연기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러니까, 시한보다는 합의 이행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군요.

답: 가장 결정적인 것은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말인데요. 힐 차관보는 최근 평양에서 이 문제에 관해 협의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가 지난 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연말까지 핵 프로그램의 신고 초안이라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완전한 핵 신고가 이뤄지려면 초안이 나온 후에도 쉽지 않은 협상이 따라야 할 텐데요, 연말까지 초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2단계 조치 이행이 내년으로 넘어간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죠.

문: 두 달 전까지만 해도 6자회담 당사국들이 다같이 지키기로 합의한 내용인데,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 겁니까?

답: 사실 당시 합의 직후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2단계 조치의 연내 이행은 힘들다는 회의론이 많았습니다. 아직 핵 불능화 조치의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미국의 목표인 1년 이상 불능화를 이룰만한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었죠. 결국 전문가들의 이런 전망은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연내 불능화가 어렵다'는 당사국들의 말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또 앞서 초기단계 조치도 북한의 BDA 계좌 문제와 맞물려서 두 달 이상 지연된 적이 있구요.

한 말씀 더 드리면, 워싱턴에서는 ‘연내 2단계 조치 이행’이라는 당초 목표가 처음부터 현실성이 적었고, 북한을 다그치기 위한 전략적 목표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지연작전에 마냥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것이죠.

문: 핵 불능화는 그렇다고 치고, 핵 신고는 사실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문제 아닙니까?

답: 표면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북한 핵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핵 불능화보다는 핵 신고를 더 어려운 과제로 꼽을 겁니다. 핵 불능화는 핵 해체를 위한 중간단계니까 어느 정도 외교적인 절충이 가능하죠. 하지만 핵 신고는 신고 자체로 굉장히 중요한 단계의 종결을 의미합니다. 일단 신고가 되고 나면, 앞으로는 핵 해체가 됐던, 포기가 됐던 다 이 신고내용을 토대로 이뤄질 테니까요. 북한의 입장에서나, 나머지 당사국들 입장에서나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서 중요하고도 어려운 측면입니다.

문: 그래도 앞서 힐 차관보의 발언대로, 미국은 여전히 연내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연말까지 핵 신고 초안을 받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한 것 같습니다. 북한이 올해 안에 핵 신고 초안을 제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계속 북한에 초안 제출 요구를 하고 있구요,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굉장히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 말씀을 들어보면 올해 2단계 조치 이행은 이미 어려워진 것 같고,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까요?

답: 앞서 말씀드린대로 핵 신고가 관건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의 서한에 화답하고, 미국의 요구대로 성실하게 핵 신고 초안을 제출한다면 내년 초부터 2단계 조치 이행은 굉장한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도 이미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이뤄지고 있구요, 미국에서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확인한다면 테러지원국이나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행정부는 물론 의회에서도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북 핵 문제 해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리비아의 선례도 있었습니다. 물론 핵 신고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 것으로 끝은 아니구요, 이후 핵 해체와 폐기는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핵 신고 문제가 계속 걸림돌이 된다면 어떤 예상이 가능합니까?

답: 미-북 관계나 북 핵 문제 해결 노력은 급격하게 냉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적어도 내년 1월, 늦어도 2월까지는 핵 신고를 포함한 2단계 조치가 마무리 돼야만 부시 행정부가 흔들림 없이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대북 외교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워싱턴에서도 대북 외교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죠. 6자회담이 결렬된다면 북한은 더욱 큰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풀릴 핵 문제라면, 하루빨리 2단계 조치를 비롯한 6자회담의 진전이 이뤄지고 또 한반도의 번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근삼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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