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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국 작가들, 저작권료 둘러싸고 파업


미국의 화제와 관심거리를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입니다. 미국에서는 몇주전부터 작가들의 총파업이 예고됐었는데요, 결국 제작사들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5일부터 전국적인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텔레비전의 정규 프로그램 방송이 중단되는 여파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김근삼 기자와 함께 이에 관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엠씨: 네, 얼마전에 미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작가들이 파업에 들어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는 전미작가협회가 있는데요, 주로 방송과 영화 대본 작가들로 구성돼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작사들과의 새 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소속 회원 1만2천명이 지난 5일자로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일부 작가들은 파업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제작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구요.

엠씨: 작가가 파업하면 당장 대본이 없을테고, 방송 제작에 차질이 클 것 같은데요.

기자: 파업 첫 날부터 당장 몇몇 프로그램에는 여파가 미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에 작가의 대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죠. 뉴스와 같은 보도나 토론 방송은 대본이 필요 없지요. 그래서 별 걱정 없이 정상적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쇼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대본이 없으면 만들 수가 없지요.

그 중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시사 토크쇼인데요. 시사 토크쇼는 매일매일 시사성 있는 소재를 가지고 쇼를 만드는데요, 당장 어제부터 작가들이 없으니까 과거에 이미 방송됐던 에피소드를 재방송하고 있습니다. CBS의 '데이빗 레터맨 쇼', NBC의 '투나잇 쇼' 등 대표적인 토크쇼들이 어제부터 모두 재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엠씨: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도 문제군요.

기자: 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은 일정한 기간분을 미리 제작해놓는 선제작 방식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요. 내년 초까지는 방송분이 제작돼있는 경우도 많아서 토크쇼처럼 즉각적인 영향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에 처음으로 시작된 드라마들인데요, 이런 드라마들은 시청자의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필요 분량을 제작하거든요. 그래서 방송 중단이나 조기 종영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엠씨: 당장 정규 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경제적 손실도 크겠는데요.

기자: 네. 작가들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1988년에도 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9천명의 작가들이 5달 동안 파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방송이 제작되지 않으면서 저작권료나 광고수입 등에 큰 차질을 빚었구요, 전체적인 경제적 손실도 5억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됩니다. 물론 작가 입장에서도 정상적인 창작 활동을 할 수 없으니까, 피해가 크구요.

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만에 또 작가들의 파업이 시작된 이유가 뭡니까?

기자: 작가들을 대표하는 작가협회가 있듯이, 제작자들을 대표하는 전미영화텔리비전제작자협회가 있습니다. 양측은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데요, 작가에 대한 원고료도 이 계약에 따라서 정해지죠. 그런데 올해는 DVD나 인터넷 다운로드 같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저작권 재조정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20년도 더 된 비디오테이프 저작권 지급과 같은 방식으로 작가들에게 저작권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보통 DVD 1개를 팔 때마다 4센트 정도가 작가에게 돌아갑니다. 하지만 작가협회는 DVD의 경우 비디오테이프 보다 제작비는 적게 들고 시장은 훨씬 커졌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2배로 인상하라고 했구요 제작자협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 다운로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구요.

엠씨: 그러니까 작가들은 DVD나 인터넷을 통한 수익 중 더많은 부분을 자신들에게 달라는 것이고, 제작자 측에서는 그럴 수 없다 뭐 이런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각각의 입장이 있겠지만, 뭔가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는 일반인들도 많은 공감을 하는 것 같습니다. DVD의 경우 비디오테이프와는 산업의 규모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구요, 그래서 제작사에 많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다운로드받아서 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구요. 그런데 여기에 과거 비디오테이프에 적용하던 저작권료 지급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구요.

엠씨: 지난 1988년에는 5달 동안 파업이 지속됐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좀 더 빨리 협상이 타결될 조짐은 없나요?

기자: 아직까지는 극적인 타결 분위기는 없습니다. 제작자협회나 작가협회나 모두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난 1988년 파업때는 작가들의 대본이 없자, 경찰의 활동을 추적한다든가 하는 현장 르뽀 프로그램들이 크게 늘었고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방송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그렇군요. 김근삼 기자, 소식 감사합니다. 미국의 화제와 관심거리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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