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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영일 총리 동남아 4개국 순방 마쳐


북한의 김영일 총리가 지난 달 26일부터 시작된 동남아시아 4개국 순방을 모두 마치고 7일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김 총리는 이번에 32명의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를 차례로 방문했는데, 특히 한반도가 화해 분위기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많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이 시간에는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알아 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먼저, 김 총리의 4개국 순방 성과부터 정리해 주시죠?

답: 김영일 북한 총리는 지난 달 26일부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상호 관심사와 함께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김 총리는 베트남과 농업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체육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위한 실천 방안에도 합의했습니다. 또한 캄보디아와는 투자와 해상수송 협정을 체결했고, 라오스와는 문화와 정보교환 촉진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양국 간 무역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로부터는 북한 방문시 기업인들과 함께 방북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김 총리가 이번에 주로 경제 관료와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32명의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순방에 나섰던 것에 비하면 뚜렷한 협정이나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북한이 6년 만에 대규모 방문단을 구성해 경제외교에 나섰다는 점에서 방문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북 핵 6자회담의 진전 등 한반도의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총리가 주로 경제관료들로 구성된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경제외교에 나섰는데요.....동남아 4개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답: 북한은 최근들어 북 핵 문제와 북-미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려나감에 따라, 그동안의 고립에서 벗어나서 경제외교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김 총리가 베트남 등 4개국을 순방한 것은 북한이 동남아의 경제개발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으로서는 당장 서방국가들과 교류하는 것보다 전통적인 우방으로 경제 수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같은 나라들과 교류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현재의 경제 여건으로 볼 때 이들 나라들과 교류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달 캄보디아 상무장관은 북한이 국제적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만회하기 위해 캄보디아와의 무역관계를 강화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주목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총리의 이번 동남아 순방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에 앞선 사전준비 차원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만, 확인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문: 김영일 북한 총리의 이번 동남아 순방 중 특히 베트남 방문에 국제사회의 눈길이 쏠렸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베트남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체제에 시장경제 원리와 개방체제를 도입한 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나라인데요, 앞으로 북한이 베트남의 전례를 따라 경제발전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김 총리의 베트남 방문에 각별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달 평양을 방문한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후 베트남의 개혁 개방 노선을 배우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림경만 대외무역상과 리경식 농업상을 대동하고 베트남을 찾은 김 총리는 국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투자부를 방문해 급속한 경제성장에 관한 설명을 듣고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김 총리는 주로 경제현장을 답사하는 등 경제학습에 주력했고, 외국인 투자 유치 방안과 관광개발 등에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김 총리의 베트남 방문이 베트남의 개혁 개방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는 보도들이 잇따라 나오자 로동신문을 통해 자력 갱생을 강조하며 거리두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문: 그런데,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의 베트남 접근을 매우 흥미롭고 긍정적인 상황전개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개방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답: 힐 차관보는 지난 3일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한의 활발한 대외활동과 비핵화 합의 간에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같이 답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베트남이 개방을 통해 크게 발전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몇 년 전 베트남에 있던 탈북자 수 백명이 한꺼번에 한국으로 가도록 베트남이 허용한 일로 북한과 베트남이 큰 마찰을 빚었던 사실을 들며, 북한이 다시 베트남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우며 주시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6자회담 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고립을 극복하려는 열망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북한이 과거에는 고립이 자신들에게 이롭다고 말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해로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힐 차관보는 북한이 21세기의 고립은 미래로 가는 차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확인한 게 아니라 감을 전제로 한다면서, 북한이 개방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 내 모두가 개방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문: 동남아 순방을 마친 김 총리는 오는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총리회담에 참석해 한국의 한덕수 국무총리와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되죠?

답: 북한 경제를 책임진 김영일 총리가 이번 총리회담에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4개국 순방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보따리를 풀어 놓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 총리 일행은 이번에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등에서 하루를 보내며 관광을 하고 , 탄광과 항구 등을 주로 둘러봄으로써 백두산과 금강산 등의 관광사업과 탄광, 항구 개발에 관심이 있음을 보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측 지도자들에게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며 북한의 대외 개방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달 북한을 방문했던 농득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오는 14일 서울을 방문해 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방문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의 동남아 4개국 순방에 관한 자세한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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