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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영일 총리 베트남 방문의 의미


북한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일 내각 총리가 지난 26일부터 4박5일 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김 총리는 베트남 방문 기간 중 개방 지역을 집중적으로 둘러봐, 북한이 베트남식 개방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김영일 북한 총리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김영일 내각 총리는 지난 26일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하노이의 기획투자부를 방문했습니다. 서울의 민간 연구기구인 삼성경제연구소의 베트남 전문가 박번순 박사는 기획투자부가 베트남 정부의 외자유치와 경제 개방을 총지휘하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베트남이 올해 외자유치가 1백억 달러가 넘었다는 말에 “놀랐다”며 투자 유치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1백억 달러는 북한의 한 해 수출액 10억 달러의 10배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이어 김영일 총리는 베트남의 개방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김 총리는 27일 베트남 북부의 관광 중심지인 꽝닌성 뚜언쩌우 휴양시설을 둘러보고 28일에는 주요 수출항인 하이퐁 항구를 방문했습니다. 김 총리는 관광단지에서 베트남 측 인사에게 “외국 관광객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또 29일에는 베트남의 농업연구소를 방문한 데 이어 30일에는 호치민 시 외곽의 ‘떤투언 공업단지’를 둘러봤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베트남 전문가 박번순 박사는 김 총리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산업시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북한이 베트남의 개방 사례를 배우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번순 박사는 북한이 베트남을 배우려면 농업정책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대해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트남은 지난 1970년대 말 농업집단화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1986년 농민들의 자율적인 곡물 판매를 허용하고 각종 보상을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 베트남은 이제 세계 유수의 쌀 수출국이 됐습니다.

베트남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도 북한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습니다. 베트남도 북한처럼 과거 미국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북한과 마찬가지로 적성국 교역법을 비롯해 미국으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아 경제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은 실종된 미군 유해 송환 등의 문제에 적극 협조해 1995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베트남의 개방 사례를 배우려는 것 같지는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김영일 총리는 이번 방문을 마치면서 베트남과 문화과학, 그리고 농업 문제 협력을 위한 문건은 채택했지만 경제 개방과 관련한 공식 합의를 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북한과 베트남 간의 총리 회담도 40분 만에 끝날 만큼 형식적인 선에서 그쳤습니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도 “구체적인 내용보다 양국 간 우호관계 복원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김영일 총리의 방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에 앞선 사전 답사일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 주간’은 지난달 중순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베트남 방문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의 이번 베트남 방문이 ‘베트남 따라 배우기’인지, 아니면 김정일 위원장 방문에 앞선 예비 방문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베트남이 북한에 ‘변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 ’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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